"구글·메타, 데이터센터 투자한대~" 삼성-SK하이닉스가 웃는다

북미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대대적인 데이터센터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서버용 D램, SD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와 SK하이닉스 (189,900원 ▼3,100 -1.61%)의 주력 제품이 대거 쓰인다. 특히 고부가가치인 서버용 D램은 양사의 실적을 이끄는 효자 제품이다.

7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데이터센터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메모리 시황이 상반기 내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빅테크 기업들이 역대급 매출을 달성하면서 올해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면서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지난주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투자규모를 대폭 늘릴 계획을 밝혔다. 루스 포랏 구글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753억3000만달러(약 90조4110억원)에 이르는 역대급 매출을 거둔 것을 두고 "구글 서비스와 구글 클라우드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단행한 서버기술 인프라 투자가 반영된 결과"라며 "올해도 의미있는 캐펙스 증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타는 시장 가이던스에 못미치는 실적을 내놨으나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올해 투자 규모를 최대 340억달러(약 40조8068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전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186억달러(약 22조3200억원)였다. 메타는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자본 지출은 주로 데이터 센터와 서버,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이뤄질 것"이라 말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 덕을 톡톡히 봤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 클라우드 사업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해 622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직전연도 대비 매출 성장률은 39.5%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클라우드 사업부문 매출은 800억달러로 전년 대비 32% 가량 성장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분명한 기회요인이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IT(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이 필요한 장비를 한 건물 안에 모아서 운영·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데이터를 사용하고 처리하는 기반은 메모리반도체다. 통상 하나의 센터에 D램 2000만GB(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 7억5000만GB가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대목은 서버용 D램이다. 서버용 D램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D램 총 매출 가운데 40% 안팎을 책임지고 있다. PC용 D램보다 고부가가치여서 수익성도 좋다. 2017~2018년 슈퍼호황기 당시 양사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고, 지난해 4분기에 당초 제기됐던 부정적인 업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거둔 배경이다.

특히 올해는 DDR5 보급이 본격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DDR5는 현재 PC와 노트북, 서버 등에 널리 쓰이는 DDR4를 대체할 차세대 규격이다. 개선된 선단공정을 적용하는 등 이유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을 예로 들면 DDR5를 업계 최소 선폭인 14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ｍ) EUV(극자외선) 공정에서 만들고 있다. 직전 세대보다 생산성을 20% 개선했다.

데이터서버 시장 성장으로 주목받는 또다른 제품은 SSD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데이터센터향 SSD 매출이 분기 및 연간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제품은 기존 HH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대체하는 저장장치로 낸드플래시 여러개를 붙여 제조된다. 낸드플래시 응용 제품 가운데 가장 부가가치가 높다.

업계 한 인사는 "4~5년전 대규모로 투자된 서버의 교체 수요가 지속되고 하반기부터는 DDR5를 중심의 수요 강세가 기대된다"면서 "과거 대비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주기 축소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 수요에 적기 대응한다면 상반기 시황 반전이 가능한 분위기"라며 "설비 리드타임 단축과 공정 전환율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