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99% 학교 자체 방역체계 도입 반대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2학년도 새 학기 학사운영 방안 발표에서 "새 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는 재학생 3%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감염 관련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이 15%를 초과할 경우 '정상 등교'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교육부가 지난 7일 학교 자체방역 체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부분 교사들이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 의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8.6%가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학교 자체방역 체계 도입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설문은 지난 10~12일 진행됐고 교사 1만232명이 참여했다.


동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교사들은 '방역업무 증가로 인해 정상적 교육 활동이 마비될 것이 우려된다'(91.8%)는 점을 꼽았다. 이어 △역학조사는 학교의 역할이 아니(79.0%) △감염 상황 관련 학교 임의 판단에 대한 학부모 불신(66.8%) △자체 방역체계로는 학교 집단 감염 등에 대응하기 어려움(62.0%)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등교 및 원격수업 변경 기준이 적절하냐고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10명 중 9명(88.3%)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적절하다'는 답변은 11.7%에 그쳤다. 전교조는 "이 기준을 적용하면 전교생 1000명인 학교의 경우 확진자 30명 이상 혹은 확진 및 격리 학생 150명 이상이 되어야 등교중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전과 같은 방역 당국의 지원 없이 자체방역으로 이를 관리해야 하는 학교 현장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또 응답자 94.4%가 학교별로 등교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한 교육부의 지침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이 "감염병 전문가가 없는 학교에 책임 떠넘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보건교사 배치율이 낮은 유치원의 경우 응답 비율이 92.7%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사들은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방역체계 지원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들은 △교원업무 경감(96.7%)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학급 증설(93.3%) △학교 밖(학원, PC방 등) 집단 감염 취약요소 방역 관리 강화(90.5%) △이동형 PCR 검사 지원(85.3%) 등 대부분의 대책 실행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상황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교사 10명 중 8명(80.0%)은 '교육 당국의 잦은 지침 변경'을 꼽았다. 학교에 공문이 시행되기도 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지침을 전달받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네이버 공문'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밖에 어려운 점으로 '예측 불가한 온·오프 병행 수업'(67.9%)과 '과중한 학교 업무'(67.6%)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교조는 △교원업무 정상화 대책 마련 △감염병 관련 출결 업무처리 간소화 △교육지원청 차원의 방역 인력 채용 및 배치 △교육지원청 단위 통합지원팀 조직을 통한 학교 지원 △교육지원청 차원의 대체교사 인력 운용 △감염병 관련 동선 조사 등 학생(학부모) 직접 보고체계 운용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교사들은 교육부에 대해 "실제 학교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하지 못한 이들의 주먹구구 대책", "제발 방송 보며 교육부 지침을 알게 하지 말라", "코로나 2년 동안 제대로 된 원격수업 플랫폼 하나 만들지 못한 교육부가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학교는 방역의 최전선이 아닌 교육의 최전선이 되어야 하고, 교육부는 학교가 교육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 의견조사를 바탕으로 교육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방역 및 학사운영방안'의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