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한발 다가선 '메가캐리어'"

(인천공항=뉴스1) 신웅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다만 두 회사가 보유한 26개 국제노선과 14개 국내노선의 경우 합병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합병으로부터 10년 동안 일정 수준의 슬롯(Slot·특정 시간대에 이착륙할 권리)을 반납·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6개 국제노선 가운데 운수권이 필수인 유럽·중국 등 11개 노선도 운수권 반납을 의무화했다. 당분간 운임 인상도 제한된다. 제한 시점은 슬롯·운수권 이전이 공정위의 목표 수준까지 완료되기 이전까지다. 공급 좌석 수를 축소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사진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2022.2.22/뉴스1

유진투자증권은 23일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 (21,700원 ▼150 -0.69%)-아시아나항공 (10,910원 ▼200 -1.80%)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해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내 공정위 심사가 이뤄진만큼 미국, EU(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해외 필수신고국가들의 심사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경쟁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선 26개 노선과 국내선 14개 노선에 대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 또는 기존 항공사 증편시 슬롯(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출·도착 시각)과 운수권(항공비 자유화 국가를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 이전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슬롯 부족과 운수권이 가장 큰 신규 진입 장벽이라는 공정위 인식을 담고 있다"며 "이와 같은 구조적 조치 의무는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네트워크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시너지를 일부 훼손할 수 있는 내용처럼 보일 수 있다. 단 방 연구원은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제선 경쟁제한 노선은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5개, 일본 1개, 동남아 6개, 기타 3개 노선을 포함한다.

방 연구원은 "이들 노선 가운데 대한항공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는 미주 본토와 서유럽 노선들은 티웨이항공이 도입 예정인 중대형 항공기로도 취항이 어려운 지역으로 제주항공은 단일 기재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형기를 도입해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는 것은 저비용항공사(LCC)들에게 상당한 위험 부담이 되는 전략이란 얘기다.


방 연구원은 "또 외항사들은 운수권 배분 대상이 아니며 자신들의 네트워크 차원에서 수익성을 타진해 취항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위는 또 경쟁제한 노선들에 대한 운임 인상 제한과 좌석 공급 축소 금지 등 행태적 조치를 병행 부과했다. 다만 국제선의 경우 운임 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항공사 운임은 이미 테이블 단가와는 별개로 수요와 유류비 등 영업환경 변화를 실시간 반영하는 구조로 규제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방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 3사 통합까지 가져와 국내 항공시장 재편을 견인하는 이슈"라며 "시장집중도 제고와 외형 성장,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여객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 대한항공의 이익 체력은 구조적으로 높아질 여지가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