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못마땅한 첼시 전설 "로만보다 우크라이나 위해 울어야지"

첼시 팬들이 지난달 27일 열린 리버풀과 리그컵 결승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과거 첼시에서 뛰었던 팻 네빈(59)이 로만 아브라모비치(56) 전 첼시 구단주의 퇴진을 안타까워하는 팬덤 분위기에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영국 매체 메트로, 데일리 메일 등은 지난 3일(한국시간) "첼시의 전설 네빈이 '팬들의 눈물은 아브라모비치의 퇴장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현역 시절 6시즌 간 첼시에서 공격수로 활약했던 그는 예나 지금이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아브라모비치는 구단을 통해 첼시를 완전히 매각할 뜻을 밝혔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지 19년 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접한 아브라모비치에게도 불뚱이 튀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첼시를 떠나면서 "구단의 빚도 상환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첼시는 사업이나 돈이 아닌 순수한 열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절절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에 첼시 팬들과 전직 선수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그가 오기 전까지 리그 우승 1회에 불과했던 팀이 리그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5회를 하는 등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빅클럽으로 성장했기 때문. 첼시를 매각해 나온 순이익을 전액 우크라이나를 위해 쓰겠다는 발언도 영향이 있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전 첼시 구단주./AFPBBNews=뉴스1

대표적인 것이 로만 시절 첼시의 주장을 맡았던 존 테리(42)였다. 테리는 로만의 퇴진을 알리는 첼시 구단 공식 SNS에 "로만 고마워요. 당신은 세계에서 최고의 구단주였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지나치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고 네빈이 대표적이었다. 네빈은 "첼시의 앞선 성명문은 친절하면서도 따분했다. 하지만 이번 성명문(로만의 퇴진)은 강력했고 옳은 일에 가까웠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첼시 팬들은 앞으로 구단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겠지만, 첼시는 살아날 것이다. 또 이번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첼시는 그저 축구 구단이고, 축구는 게임일 뿐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이보다 더 큰 일(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있다"고 좀 더 시야를 넓게 가지길 당부했다.

한편 첼시의 구단 가치는 30~40억 파운드(약 4조 8000억~6조 5000억 원) 사이로 추정된다. 다수의 부호들이 첼시를 구입할 의사를 나타내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매각될 수도 있는 상황.

네빈은 "첼시가 팔린 금액으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빠른 매각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