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아들"이라던 윤석열, 금융 CEO도 '충청 전성시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내정자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윤 당선인은 서울 출생이지만 충남 공주와 논산에서 나고 자란 부친의 영향으로 대선 과정 내내 '충청의 아들'을 자처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충청 출신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이원덕 우리금융그룹 수석 부사장이 각각 하나금융 차기 회장, 우리은행장에 내정됐다.


함영주 내정자는 충남 부여 출신으로 강경상고를 나와 옛 서울은행에 입행한 뒤 하나은행 충남북지역본부와 대전영업본부 부행장보, 충청영업그룹 담당 부행장을 지냈다. 이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 법인인 통합 하나은행장에 이어 하나금융 부회장 등을 맡았다. 지난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 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하나금융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특히 지난 11일 하나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법률 리스크'를 적잖이 털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원덕 내정자도 충남 공주사대부고,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충청 출신이다. 옛 한일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고 우리은행 미래전략단 상무,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수석부사장(사내이사) 등의 요직을 거쳐 지난달 우리은행장에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비상임이사 자격으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지주 이사회에 참여할 예정이어서 명실상부한 그룹 2인자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

신한금융그룹을 5년째 이끌고 있는 조용병 회장은 대전 출신이다. 조 회장은 대전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신한은행에 입사한 뒤 2015년 신한은행장에 올랐고, 2017년부터 신한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함 내정자가 회장직에 오르면 4대 금융그룹 회장 중 2명이 충청 출신 인사로 채워지는 셈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도 고향이 충청이다. 박 행장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등학교,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김 사장은 충북 진천 출생으로 청주 운호고와 충북대 농업경제학과를 나왔다.

충청 출신 인사들은 영·호남에 비해 지역색과 정치색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정권 교체기와 맞물린 금융권 인사에서도 충청 출신은 도드라지지 않았다. 금융권에서 충청 인사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때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다. 당시 신한은행장, 하나은행장이었던 조 회장과 함 내정자를 포함해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충남 천안), 김용환 전 NH농협금융 회장(충북 보령) 등이 충청 출신 CEO 전성기를 이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서울 태생이어서 충청 출신 금융 CEO들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충청 특유의 유연함과 친화력, 소통·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