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아, 안주를 거부하는 변신 중독자

사진제공=tvN

배우 조보아가 연기 변신을 거듭한다. 응당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일처럼 보이는 이것이 좀 특별한 이유는, 한 작품 안에서 흡사 몇 편의 작품을 연달아 찍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밀도를 한껏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tvN 월화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의 이야기다.


조보아는 극중 복수를 위해 군검사가 된 차우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중이다. 과거 IM그룹 회장의 외동딸이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아버지의 목숨과 회사를 송두리째 앗아간 빌런 노화영(오연수) 사단장, 그리고 그 조력자 용문구(김영민) 변호사를 향한 복수를 오랜 시간 치밀하게 준비했다. 음지에서는 빨간 가발과 선글라스를 끼고 해결사를 자처하며, 탁월한 악인 소탕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토록 숨길 게 가득한 복잡한 캐릭터 설정으로 인해 한 회차에서도 차우인(조보아)의 모습은 수시로 변한다. 어떤 자리인지, 또 함께 있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보여줘야 하는 모습이 제각각인 탓에 차우인은 매 장면 복합적으로 연기를 펼치는 모양새다. 연기하는 캐릭터가 극 중에서 다시금 펼치는 연기이니, '액자식 연기' 정도라 부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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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아의 이러한 복잡다난한 캐릭터 설정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전작인 tvN 드라마'구미호뎐'에서도 방송국 PD 남지아를 비롯해 전생인 이아음, 이무기가 빙의된 이아음, 또 현실에서 재차 발현된 이무기까지 홀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 실제 1인 다(多)역을 했던 당시에 비하면, 오히려 이번 작품 '군검사 도베르만'의 차우인 1인 1역은 괜히 상냥하고 양호하게 느껴질 수준이다.



물론 '군검사 도베르만'은 그것과 다른 기준으로 파격 도전이었다. 거친 액션신이 상당했고, 이전 역할과 달리 군인과 검사가 지닌 특유의 딱딱하고 냉랭한 말투나 행동이 몸에 배도록 애써야 했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이전 작품들을 통해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짙던 조보아는 차우인에 걸맞은 변화를 시각적으로 부여하기 위해 난생처음 과감한 숏컷도 시도했다.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4개월째 매일 군복을 입으면서 익숙해지다보니 평소 말투도 '다나까'가 되어가고 있다"라는 발언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군복과 법복, 그리고 빨간 가발과 선글라스를 착용할 때마다 바뀌는 차우인 캐릭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플래시백 전개와 맞물리며 그 진폭이 더 극대화되기도 했다. 분노에 휩싸여 노화영을 죽일 마음으로 총구를 겨눴다가 쏘지 못하고 홀로 울분을 토해내는 3년 전 모습이 지금의 차우인이 보여주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모습과 180도 달라 눈길을 끌었던 것이 적절한 예다.

사진제공=tvN

배우의 변신이, 쉽고 당연한 행위는 아니다. 부정적 평가를 맞닥뜨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작업인 탓이다. 늘 해오던 것, 그래서 대중에게도 가장 익숙한 배역을 취하는 것이 당연히 더 간단하고 수월하다. 그러한 점에서 조보아가 택한 이번 작품과 연기 변신, 그리고 반복되는 과감한 시도와 도전은 그 자체로 유의미하다. 익숙하게 굳어진 배역의 폭만큼 배우의 생명력을 점점 갉아먹는 일도 없으니깐 말이다.


이제 막 중턱을 넘어선 '군검사 도베르만'은 아직 풀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 전개면 좋겠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현재의 전개 양상만으로 정확한 결말을 예측하는 것이 좀체 쉽지 않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조보아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시청 포인트가 될 듯싶다. 그렇게 보여주는 변화의 폭은, 조보아가 배우로서 축척한 진득한 밀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