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서 퇴각한 러, 전략 수정…"동부 장악 후 5월 승리 선언"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탈환에 성공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로 주전장을 옮겨가고 있다. 한 달 이상 이어진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러시아가 전술 변화를 통해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이 탈환한 키이우 인근 부차 거리에서 병사들이 국기를 매단 탱크를 타고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키이우 해방을 선언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날 국영TV 인터뷰에서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30개 이상의 마을을 탈환했다. 키이우 방면에서 러시아군이 국경으로 밀려났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은 우크라이나군의 키이우 탈환으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전쟁의 비극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키이우 일대에는 파괴된 러시아군의 탱크와 군사장비 잔해, 수습되지 않은 수십구의 시신이 한때 뒤엉켜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떠난 키이우 북서쪽 부차시의 모습을 담은 AP·AFP통신 사진에는 민간인 시신 20구 가량이 도로에 버려진 모습이 담겼다. 특히 나뭇더미 옆 피로 물든 도로에 세 구의 시신이 버려진 모습도 AP의 사진에 포착됐는데, 이들 중 한 명은 흰 천으로 손이 묶여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아나톨리 페도루크 부차 시장은 로이터통신에 "민간인이 퇴각하는 러시아군에 의해 처형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민간임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지적하며 러시아의 전쟁범죄 책임을 묻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3월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을 의미하는 'Z' 표시가 있는 탱크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돈바스 고속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승리 압박' 푸틴, 우크라 동부 장악 집중 우크라이나는 키이우 탈환 성공을 자축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의 러시아군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난민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의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우리는 아직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우크라이나 동쪽에는 치열한 전투가 기다리고 있고, 마리우폴이 특히 그렇다"며 "동부 전선과 마리우폴 등 남부 전선에서 우리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북부 전선에서 발을 뺀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전날 동부 전선의 요충지인 이지움 함락에 성공한 뒤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뱐스크는 2014년 돈바스 지역 분쟁이 시작된 곳으로, 러시아가 이곳을 장악하면 우크라이나군을 쉽게 포위할 수 있어 우크라이나 동부 장악이 쉬워진다.

CNN은 미 정보당국 관리들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얼었던 땅이 녹아 러시아군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봄날이 오기 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5월 9일 전승기념일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승리에 목마른 푸틴 대통령이 침공의 목표를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있어 승리가 쉬운 우크라이나 동부로 조정하고, 이에 대한 승리를 전승기념일에서 선언해 자신의 업적을 드높이려고 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승리 선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총 13년간에 걸쳐 진행된 체첸전쟁 방식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사진=AFP

엇갈리는 협상 평가…"영토 문제 미해결"vs"정상 만남 논할만큼 진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교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협상단 측은 러시아와 협상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직접 대화'를 협의할 정도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휴전의 희망을 되살렸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의 다비드 아라하미야 국민의종 대표는 2일 전국으로 방송된 TV 연설에서 "러시아 측이 공식 답변을 통해 크름반도(크림반도) 문제를 제외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수용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5차 평화협상을 대면으로 진행한 양측 협상단은 지난 1일 온라인으로 대화를 재개했다.

반면 러시아 협상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3일 텔레그램 계정에 "합의문 초안은 정상회의에 제출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한다"고 전했다. 영토 문제를 둘러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을 때까지 양국 정상회담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5차 평화협상에서 제3국을 안보 보장국으로 지정하는 새로운 안보 보장 체제가 마련될 경우 러시아 측이 요구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크름반도 대해선 무력 탈환을 시도하지 않고, 향후 15년간 크름반도 지위 문제를 정치적·외교적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