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에 발 묶인 반도체 원자재·차 부품…韓 기업들 조마조마

(상하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9일 (현지시간) 코로나19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에서 보호복을 입은 방역요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C) AFP=뉴스1

중국 경제중심지 상하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팬데믹 발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후베이성 우한 수준을 넘어섰다. 상하이 지역에 내려진 강도 높은 봉쇄령이 다른 지역에도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우리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5일 하루동안 총 2만614명이 신규 확진됐다고 6일 밝혔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신규확진자 가운데 80% 이상이 상하이에 집중됐다. 사실상 '제2의 우한'이 된 셈이다. 지난주부터 강도 높은 봉쇄가 이뤄졌지만, 서울의 10배에 달하는 6341㎢ 면적에 2400만여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 내 감염 전파력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수도 베이징에 중국사업 총괄 법인을 설립하고, 공장이 위치한 지역과 주요 대도시에 각각 생산·판매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은행·식품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하이에 연락사무소 개념의 지사 또는 국내에서 수출하는 제품의 영업을 담당하는 판매법인을 설립한 상태다.

SK·롯데·CJ·KCC 등 상하이에 진출한 기업들은 봉쇄령에 발맞춰 현지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상하이에는 비교적 소수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어 아직까진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KCC는 "상하이 사업장이 시 외곽에 위치해 봉쇄 대상이 아닌 까닭에 현재까지는 정상적인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번 봉쇄가 장기화될 때다. 중국 정부는 지난 2년여 간 강도 높은 지역·집단 봉쇄조치를 통해 코로나19를 관리해왔다. 상하이는 경제 중심지답게 쑤저우·항저우·난징 등 이웃한 경제·공업 도시들과 교류가 잦다. 상하이 주요지역에만 내려진 봉쇄령이 확대되거나, 다른 도시들에서 감염자가 발생해 봉쇄령이 내려질 경우 기업 활동에도 적지 않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 4기 완전자동화 부두 전경/사진제공=ZMPC 한국지사

특히, 상하이는 중국 최대 물류 중심지다. 상하이 양산항은 중국 최대 항구다. 지난 한 주간 양산항 물동량 처리가 33% 급감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하이에 판매사무소를 두고 양산항을 통해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품 수출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인접한 대안항구를 물색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전자업계도 원자재 조달 차질 가능성 등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하이에서 가까운 우시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원부자재로 쓰이는 화학제품 대부분이 상하이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최근 상하이 봉쇄로 원부자재 입고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원부자재 재고를 2~3개월 정도 보유해 큰 차질은 없다"면서도 "사태 장기화 등 변수를 예의주시하면서 우회로 확보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물류 비중이 높은 반도체업계에서는 상하이항 정체에 따른 완제품 수출 지연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분위기다. 상하이항 대신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평상시보다 항공운송 기간이 최대 일주일 이상 늘어났다는 후문이다.

완성차·철강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경우 안정적인 부품조달 차원에서 촉각을 세운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봉쇄령 역시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부품 등 조달 물량을 조절해가면서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방산업 상황에 민감한 철강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현재 포스코는 베이징에 설립한 포스코차이나를 중심으로 4개 생산법인과 11개 가동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도 베이징과 톈진·충칭·쑤저우 등에 스틸서비스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현지 코로나 발생 추이 및 중앙정부의 대처 등을 적극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사태 추이에 발맞춰 파트너 회사들과 공동을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