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고성 오간 전장연 지하철 시위…2·3호선 '출근길' 50분 지연

21일 오전 8시쯤 2호선 지하철에서 오체투지 시위를 벌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원. /사진= 하수민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장애인 정책이 미흡하다며 21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이 장애인 권리 예산 등에 대한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시위를 잠정 중단한 지 22일만이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가 끝내 공식적으로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인수위 브리핑은 그 이전에 20년간 양당 정권이 집권했을 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이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5월 2일 인사청문회에서 답해야 한다"며 "만약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입장발표를 한다고 약속한다면 그 약속을 믿고 입장발표의 날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만약 그 약속도 하지 않는다면 부득이 답변을 받을 때까지 지속해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매일 경복궁역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매일 삭발투쟁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 회원들은 이날 오전 7시쯤 '제2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위해 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에 모였다.


이날 오전 7시25분쯤 2호선 시청역에는 단체 회원 50여명이 모여 양방향 열차에 탑승해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시위를 진행했다. 이어 휠체어를 열차 사이에 끼워넣는 탑승 시위를 지속하며 약 50분간 열차운행을 지연시켰다.

충정로로 향하는 2호선 열차에서 휠체어 탑승 시위를 벌이던 전장연 회원들은 열차의 정상 운행을 위해 승강장에 끼어있는 빈 휠체어를 빼려고 시도하는 경찰 및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를 저지하며 밀치는 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단체 회원들은 휠체어에 손대지 말라며 고성을 내지르고 온몸으로 경찰을 밀치며 바퀴를 붙잡고 버텼다. 이에 10여명이 한데 뒤엉켜 몸싸움을 지속하자 몇몇 시위대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열차는 시위가 시작된지 약 50분 정도 지난 오전 8시13분쯤 운행이 재개됐다. 전장연 회원들과 경찰,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사이에서 고성에 욕설까지 오고간 몸싸움이 수 차례 반복된 뒤였다.

21일 오전 8시쯤 경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원들을 저지하고 있다./사진 = 하수민 기자

전장연이 오전 9시쯤 2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탑승을 계속 시도하자 경찰은 플라스틱 방패를 투입해 시위대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다. 이에 시위대는 "멈춰라 멈춰라" "과잉대응하지마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측에 지하철 시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오전 자료를 내고 "소위 '황금노선'인 2, 3, 5호선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가 진행되면 수십만 명의 출근길 승객의 불편이 예상된다"면서 "혼잡한 출근 시간대에 지연 발생 시 해당 호선 모든 열차가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전장연은 주로 3, 4호선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전장연은 지난달 30일 서울 경복궁역에서 진행된 삭발투쟁식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린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기대에 맞춰 2호선도 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