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살릴 코드네임 '프로젝트 여명'…"2026년 다시 태양 뜬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신임 사장.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르노코리아

"르노코리아를 흔들어 다시 경기에 복귀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용인 르노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취임 100일차를 맞아 만난 스테판 드블레스 르노코리아자동차 신임 사장은 현재 르노코리아가 '여명' 단계라고 진단했다. 부진한 실적을 보인 지난 몇 년이 깜깜한 밤이라면, 현재는 동이 트기 직전이라는 설명이다.

드블레스 사장은 브라질·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르노그룹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과거 성공 사례처럼 신차를 통해 르노코리아를 재부상시킬 계획이다. 그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신차는 중국 길리자동차와 합작 개발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차로, 일명 '프로젝트 오로라(여명)'다.

드블레스 사장은 이날 "오로라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르노코리아는 글로벌 자동차업계 중 3개의 가장 큰 플레이어인 르노·닛산·길리를 등에 업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기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신임 사장의 날선 비판…"지난 2년, 전략적으로 준비 안됐다"

드블레스 사장은 우선 지난 2년간의 르노코리아를 냉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경쟁 우위를 잃었다"며 "전략적으로 준비가 안됐고, 그래서 신차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신차 개발에는 평균 3년이 소요되는데, 지난해의 부진과 전략의 부재 때문에 올해와 내년에 신차 출시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르노코리아는 지난 몇년간 어둡고 힘든 시기를 보냈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잡아끌 신차는 없었고, 판매량이 줄면서 국내 시장 영향력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시장에서 전년대비 36.3% 감소한 6만1096대를 팔았는데,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은 7만6152대, BMW는 6만5669대를 기록했다. 수입차보다 못한 판매량에 국내 시장점유율도 5%에 그쳤다.

드블레스 사장은 위기가 컸던 만큼 극복을 위한 시간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르노코리아는 오는 2024~2025년을 '리노베이션 시기'로 명명하고, 프로젝트 오로라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그는 "업무방식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변화시켜야한다"며 "르노그룹·길리그룹과 함께 협업하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변화는 새로운 인재 투입과 시작된다. 드블레스 사장은 "큰 돌파구는 큰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며 "돌파구 확보를 위해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르노그룹의 고위직 2명이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는 왜 중국 브랜드를 선택했나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신임 사장. /사진제공=한국자동차기자협회, 르노코리아

드블레스 사장은 길리차 등 중국 자본을 향한 국내의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길리차의 르노코리아 경영 참여 가능성에 대해 "감추는 것 없이 말씀드리겠다"며 "주주이사회(BOD)에 있는 삼성카드·길리는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경영권은 최고경영자(CEO)인 저와 경영진만 가진다"고 밝혔다.

이어 "길리는 절대로, 절대로 그 어떤 형태로든 경영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며 "볼보·폴스타·스마트(벤츠·길리 합작 브랜드) 등 길리그룹의 다른 파트너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길리그룹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길리그룹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르노그룹은 유럽 소비자 선호도에 맞춰 소형차 위주로 생산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은 큰 차를 선호한다. 그러기에 길리차의 자회사인 볼보의 대형차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대형차 선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본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가운데 길리그룹이 내민 투자금도 매력적이었다. 드블레스 사장은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가 자체적으로 미래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본다"며 "(자구적인)자금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이 르노그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자금 확보를 위해 증자를 감행했다"며 "증자를 바탕으로 미래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길리차가 합작 개발한 한국산 차량을 타국에 직접 수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굉장히 좋은 수출 플랫폼을 갖췄다"며 "르노코리아가 훌륭한 차를 선보이기만 하면 르노와 길리 양 그룹은 각각 진출한 시장으로 수출을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되면 태양 뜬다"

드블레스 사장은 오는 2026~2027년이 되면 르노코리아의 "태양이 뜰 것"으로 예측한다. 이를 위해 올해 말에는 'XM3'의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 오는 2024년에는 프로젝트 오로라를 통해 개발한 신규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 오는 2026년부터는 전기차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연간 20만대를 생산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최대 7~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드블레스 사장은 "한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150만대로, 적정 생산량은 15만대"라며 "수출까지 고려하면 20만대만 확보해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드블레스 사장은 "르노코리아가 쌓아온 역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며 "신뢰, 품질, 그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 가치'를 강화하고, AS 서비스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경험과 커넥티드 서비스 확충을 통해 최고의 서비스를 한국 소비자에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