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하다 원금도 잃었다"…눈물 쏙 뺀 민지들 몰려간 곳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전경

#, 직장인 2년차 심모씨는 입사 초기 친구들로부터 '사회생활도 시작했으니 재테크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 영향으로 초저금리가 계속되자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은 바보'라고 생각한 심씨는 주식과 코인(암호화폐)에 집중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주식과 코인 시장 모두 폭락장이 이어지며 그간 번 돈은 물론, 투자 원금도 손실을 봤다. 결국 김씨는 지난달 주식과 코인을 모두 정리해 은행 특판 정기예금에 넣었다. 또 적금에 가입해 월급의 일부를 차곡차곡 모아보기로 했다.

지난해만 해도 제로(0)에 가까운 금리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던 예·적금 인기가 부활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주식과 코인 시장에 한파가 닥치면서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돌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 예·적금 잔액은 768조5434억원(정기예금 729조8206억원, 정기적금 38조7228억원)으로 한달 사이 17조9776억원 급증했다. 7월 한 달간 28조56억원이 불어난 데 이어 두 달 만에 46조원의 시중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또 올해 들어 8개월간 5대은행 예·적금 증가액은 78조5068억원에 달한다. 한 달 평균 10조원씩 늘어난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띄는 MZ세대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한화투자증권의 '2022 MZ세대 투자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경험해 본 재테크 및 투자법은 예·적금이 6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식(54%)보다 10%P(포인트) 높은 수치다.

금융권도 MZ세대를 겨냥한 고금리 '특판'과 '펀세이빙'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단순히 금리만 높은 게 아니라 금융상품에 게임적 요소를 가미해 MZ세대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최고 연 13.2%의 금리를 주는 '행운적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로또복권처럼 적금 가입 고객에 매주 월요일 행운번호 6개를 배정한다. 그주 금요일 추첨을 통해 당첨된 고객에게는 연 10%P의 우대금리를 준다. 기본금리도 연 3.2%로 나쁘지 않은 데다 우대금리 행운이 더해지면 연 13.2%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재테크 카페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월 납입 한도는 50만원이다.

상대적으로 MZ세대 이용자 비율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들도 펀세이빙 적금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이다.

키워봐요 적금은 동물을 키우는 방식으로 돈을 쌓을 수 있어 실속과 재미를 함께 노린 상품이다. 우선 가입 시 '알'을 하나 준다. 이 알은 다음날 부화해 거북이·문어·망아지 등으로 자란다. 매주 자동이체로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진화하고, 6개월 뒤 최종 만기일에는 '전설의 동물'이 된다.

26주 적금은 1000원·2000원·3000원·5000원·1만원 중 하나를 첫 주 납입액으로 선택해 가입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저축하는 소액 단기 적금 상품이다. 가입할 때 라이언·어피치·춘식이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선택하는데, 매주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캐릭터가 하나씩 늘어난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은 짧은 호흡을 선호하는 MZ세대 투자 성향을 반영해 적금상품 만기를 6개월로 운영하는 추세다. 키워봐요 적금과 26주 적금 모두 만기가 6개월이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최근 '카카오뱅크 mini(미니)'의 첫번째 제휴 서비스로 배달의민족과 '26일저금'을 내놓기도 했다. 만 14세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만 가입할 수 있다. 기존 히트상품인 26주적금을 재해석한 상품으로, 매일 500원부터 2000원까지 26일 동안 저금하는 상품이다. 가입만으로 배달의 민족 상품권(최소 1000원, 최대 5만원)을 주고, 저금 연속 성공일에 따라 최대 5000원의 상품권을 추가로 지급한다.

건강을 챙기며 이자를 버는 '헬스케어 적금' 상품도 저축은행에서 등장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웰뱅워킹적금'을 출시했다. 계약기간 동안 집계된 걸음 수에 따라 최고 연 8%p(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걸음 수에 따라 제공되는 우대금리는 최소 100만보에서 최대 500만보까지 달성 구간에 따라 적용된다. 달성구간에 따라 △100만보 1%p △200만보 3%p △300만보 4%p △400만보 6%p △500만보 8%p의 우대금리가 각각 지급된다.

하루 1만보 이상 걷는 고객이라면 300만보(우대금리 4%p)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실시간으로 웰뱅 앱 '웰뱅워킹 서비스'로 걸음 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산책이나 건강 증진을 위해 조금 더 걷는 고객은 500만보 달성도 어렵지 않다는 게 웰컴저축은행 측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MZ세대들이 주식과 코인 대폭락을 경험하면서 안전자산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높은 금리를 주면서도 재미 요소가 가미된 다양한 예·적금 상품에 대한 MZ세대 수요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