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항체 파킨슨' FDA 신약 도전 에이비엘바이오…"韓 기업 최초"

에이비엘바이오 (25,200원 ▲600 +2.44%)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신약 후보물질 'ABL301'의 미국 1상 시험계획 승인 신청을 냈다. 올해 초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에 총 1조3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중항체 기술이 접목된 퇴행성 뇌질환 신약 임상에 도전하는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에 이어 퇴행성 뇌질환 분야도 이중항체 기술로 풀어나가겠단 포부를 드러냈다.

4일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ABL301 1상 시험계획 승인 신청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가 접목된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중항체는 두 개의 각각 다른 항체들의 항원을 단백질 형태로 결합시킨 항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다중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단일항체 치료제보다 치료 효능을 높여주는 기술로 평가된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글로벌 이중항체 치료제 시장은 2023년 10억달러(1조4336억원)에서 2023년 93억달러(13조3325억원)까지 연평균 3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써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미 임상이 진행 중인 항암 분야 그랩바디-T(Grabody-T), 그랩바디-I(Grabody-I)에 이어 퇴행성 뇌질환 분야 그랩바디-B(Grabody-B)까지 전 그랩바디 플랫폼이 임상 개발 궤도에 오르게 됐다. 특히 이중항체 퇴행성 뇌질환 신약은 한국 기업에선 첫 도전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중항체, 항암 '암 살상'-퇴행성 뇌질환 '약물 전달' 역할 달라그 동안 이중항체 신약 대부분은 항암제로 개발돼왔다. 항암 분야에서 이중항체는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고, 면역세포를 촉진해 항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한쪽은 암 세포를 타깃하고 다른 한쪽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암과 암 주변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살상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이중항체 치료제가 면역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항암 효과를 높인다는 임상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며 "허가를 받은 이중항체도 늘었다"고 전했다.

반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는 이중항체는 항체의 뇌 전달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뇌에는 대뇌 안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독소나 색소 등 이물질로부터 뇌 조직을 보호하는 혈액뇌관문(BBB)이 있다. 하지만 BBB는 약물의 투과도 제한해 치료제가 온전한 효과를 내지 못하게 한다는 게 한계로 꼽힌다. 해당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항체에 BBB 투과를 돕는 셔틀을 붙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게 이중항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인 것이다. 즉 약물을 전달하는 펌프 역할이다.


ABL301 임상 1상이 시작되면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암 분야와 퇴행성 뇌질환 분야 모두에서 임상 단계의 이중항체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가 된다. 두 분야에서 이중항체로 두각을 보이는 곳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로슈 뿐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도 그동안 수많은 항체 치료제가 개발돼 왔으나 그 효과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중항체 구조를 통해 항체 치료제에 펌프를 부착하면 항체가 뇌 조직으로 더 많이 전달돼 약효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서도 이중항체 역할이 클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초 사노피 기술이전…글로벌 관심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BL301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초 유리한 조건으로 사노피에 ABL301을 기술이전했다. 계약 규모만 총 10억6000만달러(당시 기준 1조3652억원)에 달한 대형 딜이다. 이중 반환 의무없는 계약금이 7500만달러(966억원)로 7%가 넘었고 단기 마일스톤은 4500만달러였다. 사노피 기술이전 후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에 대한 글로벌 문의도 많았다는 전언이다. 이상훈 대표는 지난 6월 바이오USA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미팅 후일담을 전하면서 "사노피가 (ABL301 기반이 되는) BBB셔틀에 대해 검증을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검증하겠다는 이들이 없다"며 "기술을 다시 볼 필요는 없고 추가적으로 원하는 부분에 대해 보겠다는 요청이 많다"고 전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번 ABL301 임상도 성공적으로 개시해 글로벌 이중항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포부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에이비엘바이오는 미충족 수요가 높은 희귀난치성 질환을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해 치료하고자 하는 회사"라며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의 임상 1상이 종료되고, ABL301 미국 임상 1상을 통해 그랩바디-B 플랫폼의 검증까지 마치면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이중항체 플랫폼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