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방산전시회 열렸는데 레드백 '잠잠'…발표 연기설도

한화디펜스 레드백 /사진=최민경 기자

호주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앞두고 호주 최대 지상방산전시회 '랜드포스'가 개막했다. 호주 군에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로 레드백을 제안한 한화디펜스도 랜드포스에 참가했지만 이례적으로 참가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는 등 잠잠한 모양새다. 업체가 호주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가운데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자 발표가 내년 3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디펜스는 4일(현지시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랜드포스 2022'에 참가했다. 보통 방산기업들은 방산전시회가 수출과 직결되는 만큼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한화디펜스는 랜드포스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2018년에 랜드포스 참가 사실을 알리며 K9자주포 수주를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한화디펜스가 호주 정부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자 발표를 앞두고 몸을 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대 20조원 규모인 호주군의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도입 사업(Land400 Phase3)은 당초 올 상반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상됐지만 10월이 돼서도 발표가 요원한 상태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화디펜스가 언론 노출에 부담을 느낀다는 후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주 국방부는 레드백과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의 시험평가를 이미 1년 전 마쳤지만 업체 선정을 미루고 있다. 호주 ABC뉴스는 최근 호주 육군이 한화디펜스와 라인메탈에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에 대한 정부 결정이 아직 멀었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호주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전 정부에서 진행했던 사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 규모도 450대에서 300대 규모로 축소됐다. 재래식 장비인 중무장 장갑차를 수백 대 구입하는 것의 효용성을 두고 갑론을박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내년 3월 호주 국방전략 검토보고서(Defence Strategic Review)가 완성될 때까지 발표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ABC뉴스는 호주 육군 내에선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가 축소되거나 폐기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발표가 미뤄지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월 중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던 방위사업청의 입장만 민망해졌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호주 측 예상은 9월 중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다는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레드백을 호주에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일부의원들은 국제 관례와 계약의 유동성을 고려해 정부의 방산 수출 공개는 신중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국가 간 무기 수출은 계약이 완료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는다. 수입국 차원에선 적성국가(직접 교전하고 있진 않지만 적으로 여기는 나라)에서 반발할 수 있고 수출국도 무기 수출 경쟁국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도 방사청장이 정확한 근거 없이 방산 수출 성과를 홍보하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앞서서 설레발치고 기대감을 키워 업체의 부담만 커지게 된 셈"이라며 "호주 사업자 발표가 결국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가 섣불렀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