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에 "고민하겠다"…KT 구현모의 묘수 찾기

구현모 KT 대표. /사진제공=뉴스1

'연임'을 바라보는 구현모 KT (37,250원 ▼450 -1.19%) 대표가 29일 2기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의 키워드로 "연결"과 "확장"을 제시했다. 이종 산업과의 연결, 글로벌 진출로 KT의 혁신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다. 차기 대표이사 선출 과정을 두고 최대주주(10.35%)인 국민연금공단의 반대가 돌출했지만, 앞으로의 청사진에 더 무게를 뒀다.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선 "더 고민해보겠다"고 밝혀 당분간 이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전략 준비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본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전날 이사회로부터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추천받았지만, 국민연금이 곧바로 반대 입장을 발표하면서, 당사자인 구 대표의 '입'에 관심이 쏠린 시점이었다.


전날 오후 KT 이사회는 14명의 사외 인사, 13명의 사내 후보자 등 총 27명을 심사한 결과 구 대표를 내년 3월 주주총회에 추천할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다시 확정했다. 경영실적과 회사의 미래 성장 비전 측면에서 경쟁자들에 앞선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불과 3시간 후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의결권 행사 검토"를 언급하며 주총에서 반대 표결을 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국민연금은 KT지분 10.35%를 보유한 1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최근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특정 누군가의 소유가 아닌 주주가 주인인 회사임에도 CEO(최고경영자)가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워 장기 집권하는 것은 부적절다는 지적이었다. KT를 비롯해 POSCO홀딩스 (398,000원 ▼4,500 -1.12%)(이하 3분기 말 국민연금 지분율 8.5%) △KB금융 (80,100원 ▼900 -1.11%)(7.97%) △신한지주 (47,700원 ▼450 -0.93%)(8.22%) △하나금융지주 (63,100원 ▼500 -0.79%)(8.4%) △우리금융지주 (14,580원 ▼60 -0.41%)(7.86%) 등이 대상이다.

더욱이 KT는 지난 3월 주총을 앞두고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 방침에 무산된 이력이 있다. 법정공방이 진행 중인 정치후원금 사건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구 대표의 경우, KT 이사회 내에서 복수후보의 경쟁을 거쳤음에도 그 과정이 전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 국민연금의 '공정성과 투명성' 지적에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이날 국민연금과의 표면적 충돌을 피하며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전날 국민연금의 지적에 대해서도 "어제 저녁에 들어 좀 더 무슨 내용인지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기본적으로 경쟁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사회는 그렇게(충분한 경쟁이라고) 본 것 같다"며 선출 과정에 문제가 없었음을 피력했다. 더 이상 국민연금을 자극하지 않는 동시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주주와 시장의 의견을 청취하며 향후 대응전략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얘기되는 주총에서의 표 대결은 구 대표는 물론 KT 조직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은 만큼 '피해야 한다'는 게 KT 내부의 중론이다. 더욱이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의결권 사전공시를 통해 구 대표 연임안에 반대한다면 주요 기관투자자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표 대결에서 승리한다 해도 국민연금과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악화는 향후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마다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