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노린다" 中면세점에 '긴장'

전세계 1위 면세점인 중국 CDFG(중국국영면세점그룹)가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로부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성공할 경우 입점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는 CDFG를 면세점 입찰 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인천공항공사의 카드 정도로 여겼지만 CDFG가 실제 입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1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CDFG는 지난주 주요 국내외 브랜드에게 입점 확약서를 받았다. 우리 기업 중에서는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AHC 등 면세점에서 인기 높은 화장품 회사에 공식 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점들은 입찰시 입찰 후 면세점 운영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각 브랜드사로부터 입점 확약서를 받는다. 이달말로 예정된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향수·화장품, 주류·담배, 패션, 명품 등을 망라한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묶은 DF1~2에서 1곳, 패션·액세서리·부티크를 취급하는 DF3~5에서 1곳 등 최대 2개 사업권을 가져갈 수 있다.

지난달 12일에 진행된 사업설명회에 CDFG가 참석했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경험 차원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CDFG가 실제 입찰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밟고 있다는게 확인된 셈이다.

CDFG는 중국 면세 특구인 하이난 면세점의 최대 운영사다. 코로나19(COVID-19)로 한국 면세점들이 주춤했던 2020년 글로벌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가 면세점 사업을 독려하기 위해 내국인의 면세 구매한도와 취급 품목을 대폭 늘린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CDFG의 매출은 93억6900만유로(12조8400만원)로, 2위 롯데면세점(40만4600만유로)과 3위 신라면세점(39억6600만유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지난해는 강력한 방역대책에 중국 주요 도시가 봉쇄하면서 CDFG의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났지만, 매출은 20% 감소한 74억4200만유로(블룸버그 기준, 10조1800만원)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CDFG는 해외 공항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지만 막대한 매출을 기반으로 한 자금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면세점은 직매입 상품이 많아 매출이 높을수록 브랜드와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다. 한 때 전세계 면세 매출 1위였던 인천공항 운영 경험이 더해지면 가격 경쟁력 상승은 물론 향후 기타 해외 진출도 쉬워질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면세점들도 싱가포르 창이공항, 호주 멜버른공항 등 해외 진출을 성장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어 CDFG에게 인천공항을 내준다면 경쟁자를 키우는 셈이 된다며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국가 특허 사업으로 매년 매출의 1%를 특허 수수료로 낸다"며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육성한 산업을 인천공항의 수익성 때문에 중국에게 내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