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김장 등 일 시키고 한 푼도 안 준 주지스님 말썽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 사찰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이하'시설')의 요양보호사(이하'보호사')들이 10여 년간 시설이 아닌 사찰에 불려가 김장 일 등 노동착취를 당했다며 해당 시설과 사찰 주지 스님을 노동청에 고소한 것으로 13일 밝혀졌다.

문제의 시설은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 있다. 나주시 한 중학교와 같은 재단법인에 속해 있고 사찰 주지가 이사장이다. 시설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보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노인 50명이 입소해 있다. 간호조무사 2명, 요양보호사 15명 등 3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보호사들은 10여 년간 매년 김장철이 되면 재단 이사장이 주지로 있는 사찰로 불려가 3일 동안 1000포기의 김치를 담가야 했다고 폭로했다. 보호사 P씨에 따르면 시설의 시설장과 사무장은 10여 년 동안 보호사들로 조를 편성해 사찰의 김장 일을 시켰다. 특히 퇴근 후에도 사찰로 가 일을 해야 했다. 시설장과 사무장은 재단에서 채용한 사람들이다.

시설과 전혀 관계 없는 개인 농장으로 보호사들을 보내 3000포기 배추를 뽑고 김장 일 등을 시키기도 했다. 주지 스님은 물론 개인 농장주역시 보호사들에게 일만 시켰지 지금껏 한 푼의 임금도 지불하지 않았다.

김장에 동원 된 것만이 아니다. 보호사들은 사찰 행사 때도 불려가 음식 장만을 하거나 다른 허드렛일까지 했다. 보호사들이 시설을 비운 동안 입소 노인 50여 명은 온전한 돌봄을 받을 수 없었다.


주지 스님은 합당한 임금을 요구하는 보호사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스님과 대화 녹취록에는 욕설과 함께 검찰의 고위직과 잘 알고 있다는 협박성 발언도 들어 있다.

"시설장과 사무장의 힘은 절대적이고, 말을 안 들으면 괴롭힘이 심해 10여 년간 사찰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P씨는 "주지 스님은 행사때 노래 부르기와 술을 따를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주장과 관련 해당 주지스님은 "내가 시킨 것이 아니라 시설장의 지시로 보호사들이 절에 와서 일했다"며 "노래 부르고, 술 따르라 했던 것은 서로 친해서 그런 것이다"이라고 해명했다.

또 보호사를 시설과 무관한 개인 농장에 보내 일을 시킨 것은 갑질 아닌가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농장주가)오랫동안 사찰 일을 많이 도와줘 보호사들을 보냈다"며 "부당 노동 행위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한편 나주의 모 정미소 관계자는 "사찰의 스님이 시주로 들어온 백미(쌀) 수 톤을 정미소에서 현금 깡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그 금액만 수 천만원에 이를 수 있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법 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