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도 재무지표로 관리"… '넷제로' 최대 장애 극복 솔루션 나왔다

크리스찬 클라인 SAP CEO(최고경영자)가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SAP 사파이어 2023'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SAP는 기업이 자사 뿐 아니라 공급망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을 회계지표로 관리할 수 있는 'SAP 지속가능성 발자국 관리' 'SAP 지속가능성 데이터 익스체인지' 등 솔루션을 공개했다. / 사진=황국상 기자

기업들이 자사 뿐 아니라 공급망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재무지표로 반영해 관리하는 솔루션이 개발됐다. 50년 전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을 통해 재무회계의 혁신을 가능케 했던 세계 최대 기업 소프트웨어 회사 SAP가 '탄소장부' 시스템을 내놓은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SAP 사파이어' 컨퍼런스에서는 'SAP 지속가능성 발자국 관리' 및 'SAP 지속가능성 데이터 익스체인지' 등 솔루션이 소개됐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던 '탄소'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후변화 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기업들은 자사 뿐 아니라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포함한 '탄소발자국' 관련 규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 산하의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등이 기업으로 하여금 자사 뿐 아니라 공급망 단위의 배출량 정보까지 공시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같은 배출량 정보를 반영한 기업 회계지표 관리가 극히 어렵다는 데 있다. 기후 관련 규제가 가시화된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개개 기업들은 국가별 또는 산업별로 통일되지 않은 기준에 따라 일관성 없이 계산된 평균값 또는 추정값으로 계산한 배출량 데이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사의 배출량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부자재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의 배출량을 측정·관리하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였다. 한 기업의 전체 탄소발자국 중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공급망 등 외부로부터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90%에 이르는 상황이지만 자사의 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망 배출량까지 관리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신뢰할 수 있는' 배출량 데이터 회계시스템의 부재는 기후규제 준수와 넷제로(탄소중립) 달성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왔다.
SAP가 바로 이 장애물 극복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었다. 1972년 IBM 출신의 개발자 5명이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표준화, 통합을 통해 재무적 요소의 유입·유출을 기록·관리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솔루션을 만들었듯 '탄소'를 'R'(자원) 요소로 측정해 관리하도록 한 것이 바로 'SAP 지속가능성 발자국 관리' 및 'SAP 지속가능성 데이터 익스체인지'다.

SAP는 '탄소장부'(Green Ledger) 개념을 내놨다. 추정치나 평균치가 아닌, 거래 수준의 실제 데이터를 통해 기업이 자사 및 공급망을 비롯해 제품 단위의 온실가스 정보를 재무정보만큼이나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과제에 SAP가 도전장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100대 기업 중 99곳이 SAP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더구나 연간 6000조원 이상(약 4조5000억달러)의 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SAP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의 경험도 밑바탕이 됐다.

'SAP 지속가능성 발자국 관리' 솔루션은 올 6월부터 제공된다. 'SAP 지속가능성 데이터 익스체인지'는 올 3분기부터 정식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