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기술 육성법' 국회 과방위 통과…'日시찰단' 놓고 고성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05.24.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방송법)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식물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아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약 두 달 만에 상임위를 재가동했다. 1년 넘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던 양자기술 육성 법안 등 쌓여있는 법안들을 일부 처리하며 과학기술 분야 입법지원에 뜻을 모았다.

여야는 누리호(KSLV-II) 3차 발사를 앞두고 구체적인 우주항공산업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국형 나사(NASA)'로 불리는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개청을 위한 입법에도 첫 발을 뗐다. 그러나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이하 시찰단) 활동을 놓고 서로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고 고성을 주고받는 등 마찰을 빚으며 논의에 별 다른 진전을 보이지는 못했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양자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변재일 의원 대표발의), '양자기술 및 양자산업 집중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박성중 의원 대표발의)를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에서 통합조정한 대안인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양자기술 육성법) 등 16개의 법안을 의결했다.

양자기술 육성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기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년마다 양자발전전략 등을 수립하고 상용화, 표준화,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자기술이 챗GPT(chatGPT) 등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반도체, 통신 등의 혁신을 이끌 차세대 먹거리란 점에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를 양자과학기술 도약 원년으로 선포하고 양자기술 산업 육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양자기술 육성법은 지난 3월 법안소위를 통과한 이후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지난 3월21일 야당 단독으로 방송법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처리하고 차주 여당이 불참한 채로 방송 관련 법안 제정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한 이후 여야 간 대화가 단절되며 회의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3.05.24.

이에 따라 여야는 양자기술 육성법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기술 육성법 제정을 통해 미래산업 게임체인저인 양자분야 기술력 제고와 양자산업 생태계 근간이 될 법적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여야는 이날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정부에서 연내 개청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우주청 설립을 위한 입법논의도 시작했다. 이종호 장관은 "(국민) 80% 정도가 우주청 개청에 동의했다"며 "(여야) 의원들께서 조금 더 관심 가져주시고 가능한 올해 안에 (우주청이) 개청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다만 우주청 개청에 대한 방법론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갈리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과방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우주청 법안이 빨리 통과되길 원하면서 왜 국회에 협력 요청을 안 하느냐.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면 더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서 발로 뛰어야 한다"며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우주청 개청 논의에 야당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정부가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 형태로 우주청을 두겠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최근 장관급 기구인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국가우주위원회(우주위) 산하에 이를 둬야 한다는 내용의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관련 논의가 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우주청이 강력한 집행기능을 갖고 우주항공에 대해 연구개발도 하고 각종 예산을 집행해 진흥하겠다고 정부가 밝혔는데 (민주당이) 반대하는 이유가 용납이 안 된다. 아무리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일 하겠다는 것을 막으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과방위원들이 "누가 우주청을 반대하느냐"고 반발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23.05.24.

여야는 이날 과기정통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을 상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현안질의를 하며 마찰을 빚었다.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정성에 대해 정부·여당이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임승철 원안위 사무처장을 향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도 정말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느냐"라며 "국민의힘이 오염수를 처리수라며 정부 부처가 쓰지도 않는 용어를 쓰며 영국 학자를 데려다 1리터(ℓ)도 마실 수 있다고 선전·선동을 해서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이라고 따졌다. 앞서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1ℓ 마셔도 된다"고 한 핵물리학 전문가 웨이드 앨리슨(Wade Allison)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강조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장외 집회를 열어 비과학적 괴담을 많이 유포했다"며 "일례로 (민주당은 정부가)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세 차례나 검증햇다. 뻔한 팩트가 있는데도 거짓선동을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출석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을 두고 인사혁신처가 자신에 대한 면직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향후 면직 등) 행정처분이 행해진다면 저로선 그에 맞는 법적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취소소송, 집행정지 신청 등 가능한 법적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