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화 더딘 근원물가…정부가 안 눌렀다면 여전히 4%대 중반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 등 '관리물가'를 제외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4%대 중반을 기록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근원물가 상승률은 4%로 지난해 하반기(4.1%)에 비해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5.6%에서 4.2%로 크게 둔화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대비된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나 일시적인 외부 충격으로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내리는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를 의미한다.

근원물가는 지난 4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3.7%, 3.3%까지 낮아진 반면 같은 기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4%, 3.9%를 기록했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가 더딘 것은 양호한 서비스 수요와 고용 흐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관리물가를 제외할 경우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관리물가 억제가 없었다면 물가가 더 크게 올랐을 것이라는 의미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46개 품목을 모아 산출한다. 전기·도시가스·수도 등 공공요금뿐 아니라 휴대전화 요금, 부동산중개 수수료, 보험료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하반기 중 전기·도시가스와 같은 공공요금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전체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경우 하반기 중 시내버스 요금이 150원 오를 전망이다. 지하철 요금도 150원 인상 가능성이 있다. 부산, 광주, 인천 등은 택시요금이 700~1000원 인상된다.

한은은 "하반기 대중교통요금 인상,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종료 등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거나 전기·도시가스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저효과 영향으로 올해 중반까지는 뚜렷한 둔화흐름을 보이며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반등해 연말쯤 3% 내외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8월 다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도 석유류 가격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실제 석유류 가격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지난해 하반기 0.72%p(포인트)에서 올해 1~5월 -0.5%p로 크게 축소됐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서비스소비와 고용상황이 과거 물가 둔화기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누적된 비용상승압력의 근원물가에 대한 파급 영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목표수준(2%)을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원인플레이션의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여건 변화 및 그에 따른 향후 물가 영향을 주의 깊게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