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광고 땐 과태료"...사교육 잡을 '공교육 정상화' 법안은?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4학년도 수능에 빨간불이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킬러 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며 수능 출제 방향에 직접 개입했으며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도 사퇴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 교육계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2023.06.21.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변별력 확보를 명분으로 출제돼온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을 배제하라고 지시하고 정부·여당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관련 입법논의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에서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회에서도 교육위원회(교육위)를 중심으로 관련 법안 심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이념의 차이, 교육 관련 단체의 이해관계 등에서 비롯된 여야 간 이견으로 제자리 걸음에 머무는 실정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전날(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학교 교육 및 대학 입시 정상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재선의 이달곤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각계 전문가들과 입시 등 교육시장 전반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교육 이권 카르텔로 인해 왜곡된 교육 현실을 바로잡고 무너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거론된 핵심 키워드는 수능 킬러문항 배제다. 교육과정 바깥 범위의 문제출제 대신 교육과정에서 배운 내용으로만 수능 문제를 내고, 이를 통해 사교육 시장 비대화를 막자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킬러문항으로 강남 사교육 시장만 배불리고 학생 격차도 심해지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시장 과열 방지는 정치권에서 생소한 주제는 아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과도한 선행학습을 방지하고 입시 등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충실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공교육정상화법)이 3건 발의됐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 강민정·서동용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는 등 여야가 골고루 법안을 내놨단 점에서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학입시 수능 혼선 초래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06.22.

이 중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2021년 발의한 공교육정상화법은 구체적으로 현행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만 적용하고 있는 사교육 유발 여부 영향평가를 수능에도 적용하고, 학원 등 교육기관이 선행학습 유발 광고·선전을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가 출제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수능과 관련해 교육부 등 정부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의식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 법안은 발의됐을 당시에 '킬러문항 방지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민주당 교육위 관계자는 "사교육열을 조장하는 핵심이 선행학습인 만큼 이를 막자는 인식은 오래 전부터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공유돼왔다"고 했다.

그러나 공교육정상화법 입법논의는 국회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강민정 의원안은 2021년 11월 법안소위에 처음 안건으로 상정된 이후 7차례 테이블에 올랐지만 아직까지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교육정책 관련 법안은 학생·학부모·교원·사교육업계 등 관계된 집단이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릴 때가 많아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2022년 9월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강민정 의원의 공교육정상화법을 심사했을 당시 교육부는 "현실적으로 사전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전날(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당 의원이 재작년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지 말도록 하잔 법안을 제출했지만 교육부는 법안심사 과정에서 킬러문항은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며 "그랬던 교육부가 돌연 킬러문항 존재를 인정하니 진정성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교육은 워낙 국민적 관심사도 크고 이해관계도 다르다보니 과거 교육정책을 놓고 갈등이 심했을 때는 교육 상임위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법안처리 실적이 가장 낮았을 때도 있었다"면서 "올해도 학교폭력 문제로 교육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