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로 넘긴 사업 다시 가져왔다…'땅 넓힌' 신세계 강남점 속내는

지난 8월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넘어갔던 프리미엄 슈퍼마켓 'SSG푸드마켓'이 8년만에 다시 신세계 품으로 돌아갔다. 이마트는 할인점에 집중하고 프리미엄 슈퍼마켓 사업은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본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인데 이외에도 신세계그룹이 기대하는 숨은 효과가 있다. 바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영토확장'이다.

SSG푸드마켓은 도곡점과 청담점 두 곳을 운영중인데 운영주체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신세계 강남점 이외에 도곡동과 청담동에도 신세계 강남점 오프라인 매장이 생긴다는 얘기다. 매출은 모두 신세계 강남점으로 잡힌다.


청담점의 경우 12월부터 매출이 신세계 강남점에 합산된다. 국내 첫 '매출 3조 클럽' 입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세계 강남점 매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도곡점의 경우 리뉴얼을 위해 영업이 중단된 상태지만 내년부터는 도곡점 매출도 모두 신세계 강남점에 합산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사진제공=신세계

신세계의 강남점 '영토확장' 전략은 SSG푸드마켓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신세계그룹이 가을 정기 인사에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신세계 대표이사를 겸임하게 하도록 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그동안 센트럴시티와 신세계 강남점은 물리적으로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운영돼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센트럴시티에는 팝업스토어와 같은 행사를 하기에 좋은 공간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상 부동산 임대사업을 하는 센트럴시티는 해당 공간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센트럴시티 대표가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겸임하게 함으로써 신세계백화점의 콘텐츠로 센트럴시티의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기존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던 3000평(약 9917㎡) 가량의 공간도 백화점 점포로 채우기 위해 비웠다.

단일점포 매출 1위 탈환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롯데가 합병을 통해 잠실점 영토확장에 나서자 신세계도 추격을 떨쳐버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 매출은 2조8398억원으로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글로벌 1위에 올랐다. 롯데 잠실점 매출은 2조5982억원으로 뒤를 잇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백화점 잠실점 전경/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백화점 본점은 1979년 개점 이후 2016년까지 37년간 단일 점포 매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17년 신세계 강남점이 뛰어난 입지와 명품확대를 무기로 선두자리를 빼앗은 뒤 6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롯데는 이를 탈환하기 위해 롯데 본점 대신 잠실점을 중심으로 화력을 모으고 있다. 롯데는 2021년 롯데쇼핑이 롯데자산개발을 흡수합병하면서 롯데자산개발이 운영하던 롯데월드몰까지 롯데 잠실점이 운영토록 했다.

그 결과 2021년 7000억원 수준이던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의 매출 차이는 지난해 2400억원까지 좁혀졌다. 잠실점의 통합 영업 면적은 16만5289㎡(약 5만 평)으로 신세계 강남점(약 2만7000평)의 두 배에 달한다. 잠재력과 성장성에서는 롯데가 크게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신세계는 올해 국내 백화점 단일점포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은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동기대비 5% 이상 늘었다. 반면 롯데 잠실점은 전년대비 15% 이상 성장해야 3조원 달성이 가능하는 점에서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