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택시와 충돌했는데 대법은 '공소기각'…왜?

술 마신 상태로 승용차 운전을 하다가 택시를 쳐 기사와 차량에 피해를 입힌 운전자가 2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았으나 대법원 재판을 거치며 처벌을 면하게 됐다. 1심 선고 전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가 확인된 이상 법원이 실질적 재판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도로교통법 위반(업무상 과실재물손괴·음주운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등 혐의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1월22일 오후 1시30분쯤 인천 부평 한 도로에서 혈줄알콜농도 0.077%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 우측면을 들이받았다. 운전 중 주의를 게을리해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사고로 택시 기사 B씨는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요추·무릎 상처를 입었다. 또 250만원 상당의 택시 수리비가 발생했다.

도로교통법 151조는 차량 운전자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해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한 경우 2년 이하의 금고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지난 5월11일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 5월11일 "A씨가 운전자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처벌 전력을 고려하면 음주운전에 대한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B씨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 A씨에게 유리한 부분도 고려했다.


A씨는 과거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으며,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인 2022년 별도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주차된 차량을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택시 충돌 사건 1심 재판을 하며 별도 재판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었다.

A씨는 B씨에게 12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 또 택시조합에 대신 지불한 택시 수리비 전액을 지급했다. 이에 B씨가 1심 선고 전인 지난 3월13일 1심 재판부에 합의서를 제출하며 A씨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A씨가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원심)도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처벌불원 의사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제출할 수 있다"며 "선고 전에 B씨가 작성한 처벌불원 합의서가 재판부에 제출됐으므로 원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도로교통법 151조 위반 부분에 관한 공소를 기각해야 했다"고 밝혔다.

공소 기각은 형식적 소송조건의 흠결이 있을 때 법원이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업무상과실치상이나 중과실 치상,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죄를 범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원심은 도로교통법 151조 위반 혐의와 나머지 혐의를 상상적 경합 관계로 보고 하나의 형을 선고했다"며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원심판결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할 수 있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했다.

다만 A씨는 별도 음주운전 혐의와 관련해 지난 7월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만원의 판결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