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책임 인정 등 원상회복 조치 취하면 과징금 경감 당연"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금융 산업 연구기관장들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사진제공=금융감독원

홍콩H 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안 기준이 이르면 다음 주 주말 전후에 공개된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 안건으로 홍콩 ELS 배상안을 상정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등 판매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시정 조치에 나선다면 과징금 등 제재가 줄어들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ELS 판매사 제재 관련해 "금전적으로 배상한다고 무조건 과거 잘못을 없던 일로 해줄 순 없다"면서도 "상당 부분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원론적으로 과징금 등 제재의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고 이해 관계자들의 갈등을 축소하고 조정하는 측면에서 유미의한 금액으로 제재나 과징금을 반영하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배상안이 일회성에 끝나는 게 아니라 향후 소비자 보호와 금융투자 상품을 적절한 창구·방식을 통해서 판매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다음주 중 분조위를 열고 홍콩 ELS 배상안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다. 이 원장은 "금용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상 분조위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게 나를 비롯해 금감원 내부의 생각"이라며 "다음주 주말인 오는 9~10일이 넘어가기 전에 국민과 언론에 홍콩 ELS 배상안과 관련해 준비한 내용을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부적으로 초안 마련은 거의 마무리됐고, 부서별로 의견을 구하면서 점검 중"이라며 "다음주 주말 전후 시점을 크게 지나기 전에 발표하는 걸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증권사에서 가입한 상품이나 홍콩 ELS 재가입자는 배상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훨씬 더 다양한 이해 관계가 반영되도록 고려 중"이라며 "증권사 판매분은 배상에서 모두 제외한다는 등 그렇게 일률적으로 보는 건 너무 성급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업권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홍콩 ELS 만기상환 금액은 약 2조1130억원이다. 이 중에서 9725억원이 상환됐다. 손실 금액은 1조1405억원, 손실률이 54%에 이른다. 약 82%가 은행권에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 손실 규모는 9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에는 상품의 문제와 판매사 불완전판매 정황이 상당 부분 인정돼 25%의 기본 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당시 금감원은 피해 사례를 6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40~80% 손실 배상 비율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