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변호사 비밀유지권' 도입 추진…국민 기본권 보장해야"

(서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국민정책제안단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보호권을 골자로 한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변협은 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국민정책제안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변협 국민정책제안단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대비해 지난달 1일 출범한 조직이다.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우윤근 전 주러시아 대사, 김철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장이 공동 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변협은 APC 도입을 제1과제로 꼽았다. ACP는 변호사와 의뢰인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나 자료를 제삼자에게 공개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개국 중 ACP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 뿐이다. 현재 국내 변호사법에는 '전·현직 변호사는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지만 수사기관이 강제수사에 나섰을 때 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하는 근거로는 쓰이지 않는다.

변협은 "법무법인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으로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에 대한 침해가 빈발한다"며 "국민의 기본권인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국민정책제안단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은 "(ACP는) 변호사들의 본질에 관한 제도"라며 "변호사 제도 자체가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OECD 국가 대부분에 도입된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없다. 상당히 낙후된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의 단서를 찾기 위해 먼저 변호사 사무실부터 수색한다면 결국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정보원'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잘못된 수사 관행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점에서 (ACP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변협은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재판 개시 전에 당사자가 서로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고, 전문가 현장조사를 통한 증거를 공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송당사자 간 정보 비대칭성과 재판 지연을 해결할 방안으로 지목된다.

변협 측은 "민사소송법 제도 특성상 증거가 한쪽에만 편중돼 있으면 소송 수행이 매우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면 제조사가 모든 자료를 가진 상태에서 증거 제출을 안 하면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 굉장히 어렵다"며 "증거 개시 절차를 개선해 사법 분쟁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국민정책제안단은 국민이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화하기 위해 △공공 플랫폼 지원 및 사설 플랫폼 규율 체제 구축 △변호사 중심 법률 인공지능(AI) 구축 등과 법조인 인력 양성 제도 개혁을 위한 법조인접직역 통합 및 전문변호사 제도 도입 △법학전문대학원 결원보충제 정상화 및 편입학 허용 등을 제시했다.

미래지향적 법제도 구축을 위해 △기업 주식시장 신규 상장(IPO) 시 법률심사 의무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ESG(환경·사회·정부) 제도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 소송제도 확대 등도 제안했다.

변협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 제안을 공모 중이다. 국민정책제안단 공동단장인 우 전 대사는 "내달 총선 전 정책 제안서를 각 정당에 전달하고, 이후 각 국회 상임위원회와 당 정책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설명해 실질적으로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