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vs 정부 '팽팽'…"환자 죽어야 종지부 찍을거냐"

의대 교수 사직서 제출이 예고된 25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현실화하는 환자들의 피해를 외면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와 정부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냐"며 "강대강 대치에 더는 환자들이 피해 보고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연합회가 공개한 피해사례에는 중증난치질환자의 입원 치료가 연기됐고 유방양성종양절제 수술이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다. 또 지난 12일 예정된 항암치료가 미뤄지면서 조혈모세포이식도 연기되는 환자도 있었다. 항암치료를 기다리던 환자가 연기된 입원을 기다리다 재발이 확인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연합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0일까지 9개 소속 환자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해 사례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 취소 등으로 인한 불편이나 불안, 피해를 실제로 겪고 있었다"며 "각자의 질환과 그로 인한 증상들, 치료와 재발, 각종 수술과 검사로 늘 질병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이 모든 상황이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오늘부턴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서 제출 방식으로 정부에 항의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생각하면 우려 지점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이젠 텅 비어버린 수련병원을 자주 찾아야 하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이라고 했다. 연합회는 지난달 20일 응급·중증 환자들에게 생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제출했고 지난달 29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도 제출해왔다.

연합회는 "의사들이 환자 손을 놓고 떠나버렸는데도 병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마주하고 절망에 빠진 심정을 소리 높여 말할 처지조차 되지 못한다"며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전문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주어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었는데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더는 보장받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은 단 한 번도 환자 중심으로 사고 되거나 운영된 적이 없었고 이번 의료대란도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참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가 사라지면 돌아가지 않는 수련병원, 즉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수련병원은 의사에게도 환자에게도 나쁜 병원이며 그것이야말로 환자 중심이 아닌 병원 중심 사고와 병원 중심 운영의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한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최악의 극단적 대립 국면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이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