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 진료중단 방지법' 3년 넘게 국회서 발목

필수의료 의사 진료 중지 금지 관련 의료법 개정안 주요 내용/그래픽=윤선정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필수의료 의사들의 진료 중단을 방지하는 법은 국회에서 3년 넘게 묶여 있다. 21대 국회가 끝나는 오는 5월까지도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현재 법 체제 내에서도 의사들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데 법 집행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사들의 집단 반대에도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1월 대표발의한 정당한 사유 없이 필수의료 행위를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2021년 6월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오른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의료법 개정안은 2020년 8월 문재인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등 의사들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서 필수의료 진료공백 우려가 높아지고 암환자 등의 수술이 연기됐다는 이유로 발의됐다. 이에 개정안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응급의료 업무,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업무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마취, 진단검사(영상검사 포함)를 필수유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이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폐지·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업무개시명령' 단계 없이도 필수의료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2021년 복지위에 해당 법안이 상정됐을 때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과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반대에 부딪혀 그 이후로 논의조차 되지 못 했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현행 노동조합법 및 의료법(제59조)의 한계를 개정안을 통해 보완할 입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현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간호사 등 의사를 제외한 보건의료인은 노조법에 따라 응급의료 업무, 중환자 치료와 분만, 수술, 투석 등은 병원사업의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해 파업하더라도 해당 업무는 유지하도록 했다. 의사는 노조가 없어 법 적용에서 비껴간다. 이에 개정안 입법 필요성이 인정됐지만 의사단체의 반발 등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혜영 의원실은 "당시 (개정안에 대해) 여당(국민의힘)이 반대해서 논의를 못 했다"며 "본회의 통과가 돼야 한다고 보지만 그 이후 추가로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2일 오전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신입 전공의 모집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 뉴스1

일각에선 현재도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의사들이 진료를 유지하도록 하는 법안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부 의사가 '정부는 의사를 못 이긴다'고 할 정도로 그간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불법임에도 법에 따라 제재를 가하지 못 해왔던 게 문제라는 것이다. 최근에도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통보했으면서 유연하게 처분하겠다며 면허정지 집행을 미루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지금도 의료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가 이를 어긴 의사들에 면허정지 처분을 하고 3번 명령을 어기면 면허취소를 할 수 있는데 정부가 법 집행을 안 하고 못 하고 있다"며 "의사들에 대해서도 불법 행동은 처벌받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 서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해 "법적제재가 없어서라기보다 의사 부족이 의사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했고 의사들이 거부하면 바로잡는 정책을 할 수 없게 악순환을 일으킨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확실하게 성사시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정책을 무력화시키지 못 하게 하는 관행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정책이 거의 다 성사되는 단계인데 정치권에서 타협하려 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 교수는 전공의들의 면허정지는 지금 단계에서 큰 의미가 없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