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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CEO들의 '무위험 고수익'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김준형의뉴욕리포트 뉴욕=김준형 특파원 |입력 : 2008.09.25 08:34|조회 : 6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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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황제(월가 CEO들)들이 일본 경영자들처럼 깊이 몸을 숙이고 주주들과 종업원들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뉴욕에 사는 뱌론 버논이라는 독자가 뉴욕타임스에 보낸 투고 가운데 한 귀절이다.

11년전 파산한 당시 일본 4대 증권사이자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야마이치 증권의 이름은 이미 잊혀졌다.
하지만 당시 기자회견에서 "회사 직원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며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깊숙이 숙이던 노자와 쇼헤이(당시 58세)사장의 모습은 버논씨같은 미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거액 보수를 받아가며,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를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공공자금 투입이 논의되고 있는 걸 바라보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새삼 신선하게 떠오르는 기억일 것이다.

사과와 참회의 큰 절은 고사하고, 패니 매, 프레디 맥, 리먼 브러더스, AIG같은 회사의 '실패한 경영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우리 돈으로 수십 수백원대의 '위로금'과 '퇴직금'이 굴러들어오게 돼 있었다.
여론이 악화돼 미 정부가 일부 CEO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유보하겠다고 나서기까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고 '성과급'을 반납 혹은 삭감하겠다고 나선 CEO는 한명도 없었다.

CEO보수 문제가 미국의 7000억원 구제금융 법안 승인을 둘러싼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뻔뻔함'에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을 의식한 미 의원들의 거센 다그침에 못이겨 헨리 폴슨 장관은 24일부터 "미국인들의 분노는 정당하며 이같은 현실을 입법에 반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물러섰다. 그러나 폴슨은 "보수제한이 구제법안의 실효성을 저해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골드만삭스 CEO출신이자 '친 시장'을 내거는 공화당 정부의 각료인 그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일 수밖에 없지만 이미 CEO보수 문제는 월가나 미국의 차원을 넘어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이슈'가 됐다.

일견, CEO의 보수는 금융위기 회복과는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인다.
월가 시각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파이낸셜 서비스 라운드 테이블의 스콧 탤보트 부대표는 " 정부가 사기업 CEO의 연봉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CEO의 의욕과 창의력을 감퇴시켜 경제전반과 일반 근로자들의 이익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것이다.
구제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연봉제한을 도입하자는 것은 '징벌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일뿐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게 반대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월가의 '탐욕'이 놓여 있다는게 '새삼' 확인되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항변'은 오히려 공분을 사고 있다.

거품 확대 과정에서 이익은 누릴대로 누리고, 막상 문제가 터지자 세금에 손을 벌리면서도 어떤 사적인 손실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반시장적'이라는 것이다.
공적자금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추가로 발생할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따지고 볼 것도 없이, 중장기적 리스크야 어떻게 되든, 단기간의 '성과'만 올리면 거액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투자은행의 보수체계가 모기지 관련 자산 등 파생상품의 버블을 낳았다. 금융회사 내의 리스크 관리 부서는 무력화됐고, '첨단 금융기법'은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활보했다.
'6자리수 연봉(10만-100만달러)'으로 출발한 '월가 맨'들은 40전에 은퇴해 카리브로 떠나는 꿈을 꾸며 레버리지(쉽게 말하면 '빚')를 한없이 늘렸다.

금융회사 경영진은 이를 관리하기는 커녕, 버블을 즐기고 조장하며 천문학적인 보수를 챙겼다. 연봉에 만족하지 않고, 거액의 퇴직 위로금 같은 '황금 낙하산'조항을 통해 경영실적과 상관없이 과실만을 챙기는 '끝없는 탐욕'이 월가에 자리잡아왔다.

금융회사 CEO들의 연봉은 일반 기업 근로자들의 400배를 넘어섰고, 투자은행 전 직원의 평균 연봉이 수십만 달러를 넘는 '돈잔치'가 버블을 키워왔다.

월가 내부에서도 '해도 너무 했다'는 반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괴짜'로 통하는 스트리트 닷컴 창립자 짐 크래머는 정부의 구제금융 대상이 된 금융회사 CEO들은 내년 한햇동안 연봉을 동결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들은 1년 정도는 충분히 견딜 돈이 있다"고 말했다.

'무위험, 고수익'의 탐욕, '이익의 사유화, 위험의 공유화(privatize profit, publicize risk)'의 뿌리깊은 반시장적 관행이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어느 정도 걸러질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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