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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쪽짜리 누더기 美 '구제법'

[김준형의 뉴욕리포트]

김준형의뉴욕리포트 뉴욕=김준형 특파원 |입력 : 2008.10.06 15:43|조회 : 6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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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7000억원 구제금융법안을 의회에 내밀었을때 분량이었다. 한번 퇴짜끝에 최종 통과된 법안은 451페이지에 달했다.

부실금융회사 경영진의 연봉제한, 지원대상 회사 주식 취득 등 중요한 개선사항이 많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미 금융위기를 겪은 우리 입장에서 보기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원칙과 관계가 없거나 거꾸로 가는 내용들이 법안 두께를 늘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친 시장'을 자처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현재 시점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마크-투-마켓(mark-to-market account)' 회계원칙 유예조항을 집어넣었다. 실제로 발생한 손실이 아닌데도 시장가격 하락으로 장부상의 손실이 커지다 보니 금융권의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조장된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본질이 '신뢰의 위기'인 마당에 '마크 투 마켓'을 중단시켜 시장의 눈을 가린다면 투자자들은 금융회사의 장부를 더욱 믿지 못하게 된다. 불투명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정립된 회계원칙을 뒤집는 것은 오히려 시장을 '불확실성'의 혼돈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예금 보호 한도를 10만달러에서 25만달러로 올린 것도 득보단 실이 많을 수 있다.
한국의 예금보장 한도액은 1997년까지 2000만원이었지만 외환위기 당시 한시적으로 원리금 전액으로 확대됐다. 2001년부터는 예금보장 한도가 1인당 금융기관당 5000만원으로 상향됐다. 부실금융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부가 보장해 준다"며 높은 금리로 소비자들을 유혹했고, 결과적으로 부실규모만 키운채 문을 닫았다.

미국도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부실사태 당시 4만달러이던 예금보호한도를 10만달러로 올린 결과 250억달러로 막을 수 있던 부실이 3500억달러로 커졌다는게 정리신탁공사(RTC)사무부총장을 지낸 로버트 글로버의 말이다.

무엇보다, 구제법안의 많은 부분이 '금융안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면세혜택에 할애된 것은 아무리 봐도 심했다.

20년전인 1989년 엑손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고 피해어민 보상금 감세혜택은 1차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알래스카주 공화당 하원의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시골 학교 지원방안은 서부지역 의원들때문에, 재난구조 지원확대는 중서부와 남부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다. 아동용 화살 제조업체, 자동차 경주 트랙업체 등에 대한 감세혜택도 비슷한 이유로 포함됐다.

이해 당사자들로서는 중대한 문제이고, 유권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게 국회의원의 임무일수 있다. 하지만 선심성 세제혜택 확대는 결국 정부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납세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붕괴 위기에 놓인 금융시장 앞에서 보여준 미 의회와 정부의 '거래'는 기형적인 법률을 만들었고, 입법기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을뿐 아니라 구제법안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생사의 문제가 걸린 상황에서는 로비도 필사적이 되고, '물타기' '끼워넣기'도 극심해진다. 입법과정도 그렇지만, 집행과정에서는 더 그렇다.
한국의 부실자산 매입 기구였던 성업공사('캠코'의 전신) 직원들이 거래 상대방 회사로 대거 '영전'하고, 아직도 부실자산 인수 및 재매각과 관련한 비리로 많은 사람들이 검찰에 구속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미 겪어본 우리에게 미 구제금융법안의 갈길이 한참 멀어보일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문제는 그 길이 멀어질 수록 우리 앞에 놓인 길도 험난해 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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