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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2등이 좋은 이유

안동현칼럼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11.12.27 16:30|조회 : 7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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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칼럼]2등이 좋은 이유
80년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한 이후 모든 면에서 줄세우기가 대세가 됐다. 그러다보니 모두 1등이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급기야 최근에는 전국 4000등 안에 드는 우등생이 '전국 1등'을 강요하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8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하는 상상키 어려운 사건까지 일어났다.

1등을 목표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국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1등만 기억되고 2등은 잊혀진다고 하는데 기업의 경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역사상 가장 획기적 광고 중 하나가 미국 자동차 렌탈 회사인 AVIS가 "We are number 2, but we try harder"라는 문구다. OJ 심슨이 공항에서 마치 수비수를 피해 달리는 러닝백처럼 사람들을 피해 차를 잡아 타는 광고로 80년대 초 가장 성공적 포지셔닝 광고로 간주되고 있다. 당시 AVIS는 렌탈업계 부동의 1위 업체인 Hertz에 이어 2등이었지만 인지도 부족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그런데 위의 문구를 통해 AVIS가 Hertz의 경쟁사로 인지돼 시장점유율을 넓히는데 성공했다. 비로소 2등다운 2등이 된 것이다. 비슷한 예로 우리의 '사이다'에 해당하는 7up이 상품 출시 후 판매가 지지부진하자 'The uncola'라는 광고로 단번에 코카콜라의 대체상품으로 입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던 적이 있다.

위의 예에서 보면 2등의 목표는 1등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1등의 인지도를 이용해 격차를 줄이는데 있다. 실제로 1등의 광고는 산업 전체의 성장을 가져오는 효과가 큰 반면 2등의 광고는 자사제품만의 매출신장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2등 자체가 1등 보다 좋은 이유를 많이 들 수 있지만 최근 경제상황에 비추어 몇 가지만 논해 보자.

첫째, 2등은 '방풍 효과'(wind shield effect)를 누릴 수 있다. 쇼트트랙이나 마라톤을 포함한 장거리 경주에서 우승자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1등으로 완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1등 바로 뒤에 바싹 붙어서 추격하는 2등이나 3등 선수가 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1등 뒤에 달릴 경우 맞바람을 직접 받지 않아 체력소모가 덜한 방풍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1등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역풍이나 규제 변화의 첫 번째 타겟이 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최근과 같이 거시경제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는 변곡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둘째, 역시 쇼트트랙이나 중장거리 달리기에서 보면 대개 2등은 1등과 동일한 주법을 사용한다. 즉 앞선 주자가 개척한 길을 추종하고 모방함으로써 피로도를 줄일 수 있고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기술진보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IT등 첨단 산업일수록 이러한 장점이 부각된다. 소니나 노키아의 몰락에서 보듯 기술진보에 따른 수요변화에서 한발자국만 떨어지면 1등에서 2등으로 추락하고 일단 추격당하면 재추격이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1등은 1등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스타트랙 존(star treck zone) 위험'을 안게 된다. 스타트랙 오프닝 나레이션인 "to explore strange new worlds,...,to boldly go where no man has gone before"라는 문구에서 보듯 사업상, 기술상 불확실한 미지의 영역을 말한다. 1등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반면 2등은 1등의 전략적 행태를 보고 대응하기 때문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단 중요한 건 1등과의 격차가 일정 이상으로 벌어지면 안된다.

반대로 기술진보가 상대적으로 더딘 산업의 경우는 1등은 '귀인효과'(self-attributionalbbias)로 몰락할 수 있다. 현재의 1등을 차지한 원인으로 자신의 제품을 과신한 나머지 혁신과 변화를 주저하는 현상이다. 최근 신라면의 아성에 꼬꼬면과 나가사키짬뽕이 도전하는 것을 보라.

결론적으로 장기적인 '생존'이 보다 중요한 무한경쟁 사회에서 '전략적 2등'도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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