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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를 안은 '레알 맨' 델 보스케와 스페인의 진화

[감독과 함께]2010 월드컵 우승에 이어 '제로 톱'으로 유로2012 정상 도전

김삼우의 감독과 함께 머니투데이 김삼우 기자 |입력 : 2012.06.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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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표팀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위키피디아
스페인 대표팀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위키피디아
익숙한 것을 털어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진화를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성공하는 감독들이 걷는 길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버리고 포기해야 할 시점을 간파하는 눈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른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실용적인 마인드도 겸비하고 있다.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는 2012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12)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스페인이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1위인 팀의 행보가 흥미롭기도 했지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제로톱(포백일 경우 4-6-0)시스템 때문이었다. 스페인이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과감하게 활용, 화제를 모은 뒤 28일 포르투갈과의 4강전(0-0 무승부 후 승부차기 4-2승)까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구사한 ‘제로톱’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축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외신에서 '가짜 9번(False 9)‘이라는 존재와 함께 거론되는 ’제로 톱‘은 톱, 다시 말해 붙박이 최전방 공격수를 두지 않는 시스템이다. ’원톱‘ ’투톱‘ ’스리톱‘ 등 익숙한 개념과 비교해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달리 말하면 최전방 공격수가 없는 게 아니라 그(가짜 9번)를 미드필드 라인으로 내려 앉히고 미드필더들이 돌아가면서 최전방 공격수 노릇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상대하는 팀의 중앙 수비수는 마크해야 할 센터포워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들이 수시로 공간을 파고 들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제로톱은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경기 내내 넘나들 정도로 체력적으로 강하고, 개인기와 골 결정력까지 보유한 미드필더들이 포진해야 가능한 전술이기도 하다. 사비,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등 세계 정상급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스페인이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이유다.

유로 2012와 같은 메이저대회에서 스페인이 본격적으로 구사해 참신하게 보이지만 ‘제로톱’은 유럽의 클럽 차원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도되고 구사되던 전술이다. ‘미래의 포메이션’으로 불리기도 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제로톱의 가능성을 처음 보인 팀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앙헬 이오다네스쿠 감독이 지휘한 루마니아 대표팀이다. ‘발칸의 마라도나’라는 별명을 얻었던 게오르게 하지를 축으로 한 이들은 당시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3-2로 꺾기도 했다.

이를 체계적으로 구현한 이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S 로마를 지휘한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현 러시아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 감독)이다. 그는 2005~2006시즌 프란체스코 토티를 ‘가짜9번’으로 활용, 15위에 머물던 팀을 5위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때 AS 로마는 11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 등 공격자원의 위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제로톱을 도입, 2007~2008시즌 프리미어리그와 UEFA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의 바니 로데이 기자는 “현대 축구에서 이 같은 스타일로 리그 정상에 오른 팀은 아마 맨유가 유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클럽 차원에서 ‘제로톱’을 꽃피운 것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의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였다. 그 중심에 ‘가짜 9번’ 노릇을 기가 막히게 소화하는 메시가 있었고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등이 함께 어우러졌다. 이들은 프리메라리가는 물론 유럽 무대를 평정했다. 메시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대입하면 유로 2012에서 활약하는 스페인 대표팀의 미드필드- 공격 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61)의 존재가 여기서 부각된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맨’이다.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바르셀로나의 숙적이다. 그들의 대결은 ‘엘 클라시코’(고전의 승부)로 불린다. 델 보스케 감독은 레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프리메라리가 우승 5차례, 코파 델레이(스페인 국왕배) 우승 4차례를 이뤘다. 레알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한 뒤에는 코칭스태프에 합류, ‘레알맨’의 이력을 이었다.

레알에서의 지도자 경력도 화려했다. 1985년부터 레알 2군에서 지도자수업을 시작한 그는 1999년 정식 감독으로 부임 한뒤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두차례 정복한 것을 비롯 2003년 팀을 떠날 때까지 모두 7개의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레알의 유명한 ‘갈라티코(Galactico '은하'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세계적 스타들을 영입해 마케팅을 활성화하려는 정책) 1기’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이다. 루이스 피구, 라울,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등 세계적인 스타들을 ‘따뜻하고 겸손한 리더십’으로 하나로 묶은 결과였다.

하지만 2008년 7월 스페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레알맨’ 델 보스케 감독은 ‘바르샤’를 껴안았다.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등 바르샤의 주력들이 대표팀에서도 맘껏 그들의 축구를 펼치게 했다. 물 흐르듯 유연하면서도 빠른 패싱 플레이와 압박, 스위치 플레이를 능란하게 구사하는.

물론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 등 레알 선수들도 요소 요소에 버티고 있다. 하지만 델 보스케 감독은 익숙한 과거의 ‘레알 방식’보다 현재의 바르샤 스타일을 앞세웠다. 이기는데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표팀 감독 부임 후 13연승을 달리면서 이 부문 세계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 스페인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정상까지 정복하면서 자신감도 얻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미래의 시스템 ‘제로톱’을 들고 나왔다. 역시 바르셀로나의 것이다. ‘레알맨’은 레알 방식을 버렸다. 그러나 스페인 대표팀은 진화했다.

스페인의 승승장구는 어느 순간 멈출 수 있다. 유로 2012 결승전에서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기를 버리고 진화를 시도한 델 보스케 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올려 놓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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