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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돈받고 무대에서 '연습'하지 마세요"

[이언주 기자의 공연 박스오피스] 뮤지컬 '아르센 루팡'

이언주의 공연 박스오피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입력 : 2013.03.29 10:48|조회 : 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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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프러덕션과 인터파크 씨어터가 공동 기획·제작한 창작뮤지컬 '아르센 루팡'. 프랑스 작가 르블랑(1864∼1941)의 추리소설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각색했다. (사진제공=PMC프러덕션)
↑PMC프러덕션과 인터파크 씨어터가 공동 기획·제작한 창작뮤지컬 '아르센 루팡'. 프랑스 작가 르블랑(1864∼1941)의 추리소설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각색했다. (사진제공=PMC프러덕션)
뮤지컬 '아르센 루팡'을 두 번 봤다. 개막한지 열흘쯤 지났을 때 보고, 한 달 만에 다시 한 번 더 봤다.

처음 봤을 때 창작뮤지컬의 자존심을 걸고 올린 작품이라 하기엔 보기 민망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하필 그날 공연이 안 좋았던 걸까, 내내 마음이 쓰여 결국 다시 본 것이다.

개막 5주차 들어서자 확실히 나아지긴 했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실수는 벌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작품이 가진 한계는 극복할 수 없었다. 공연 시작과 함께 샤막(보조막) 위에 펼쳐지는 영상과 박진감 넘치는 음악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스릴 넘치는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이내 사라졌고 공연 내내 기시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조로' 등 해외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본 듯한 장면으로 짜깁기한 느낌이었다.

인터넷상에 관객들의 평가도 싸늘했다. '별 한 개 주기도 아까울 만큼 재미가 없었다./ 티켓 가격은 오케스트라 연주가 나와야 할 것 같은데 노래방MR 같은 게 나왔다./ 왕가의 보석은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다./ 연습부족인지 음향 사고인지··· 내 마음이 삐뚤어졌다.'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 작품의 티켓 값은 6만원(A석)부터 8만원(S석), 10만원(R석)까지다. 이 같은 후기를 올린 관객들이 제값을 주고 공연을 봤다면 분명 본전 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창작뮤지컬의 활성화, 그래 좋다. 그런데 적어도 관객들에게 이 돈을 받으면서 '연습'을 해선 안 된다. 아무리 '영화는 개봉 첫날 보고 공연은 마지막 날 보는 게 좋다'지만 일정 수준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본 공연을 올리고 관객들에게 정가(定價)를 다 받으면서 계속해서 작품을 수정·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뮤지컬이니 좀 봐주소'라는 것은 지나친 놀부 심보다. '팬심'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 바뀌는 '쪽대본 뮤지컬'··· 괴도 루팡도 못 훔쳐온 재미

이 작품은 심지어 '쪽대본'으로 연습을 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나. 공연이 올라간 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루팡 역의 배우 김다현은 창작뮤지컬의 연습과정과 공연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연습과정부터 계속 바뀌는 가사와 장면들 때문에 힘들다"며 "(인물을) 표현하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대본이 바뀌니 쉽지않다"고 했다. 또 다른 루팡 역의 배우 양준모는 "이러한 과정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성장통이라 생각한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배우나 관객 모두 안쓰럽다. 배우들은 좋은 작품 만나서 충분히 연습하고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을 것이다. 관객들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성장통을 보려고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물론, 대관료 문제 등으로 공연 전 무대에서 조명·무대장치·음향 등을 확인하는 테크 리허설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한 배역을 맡은 배우가 여럿인 경우는 본 공연 시작 전에 단 한 번의 테크 리허설도 못하는 배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개막 후 관객들을 앞에 놓고 연습과 리허설을 반복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창작 초연의 경우라면 정식공연에 앞서 저렴한 티켓 값으로 실험해보는 '트라이아웃(Tryout)공연'을 하면 된다. 꼭 도심 한복판 유명 극장 무대에서 작품을 올릴 필요도 없다. 본선 진출하기 전에 예선경기 하면서 몸도 풀고, 관중들의 반응도 살펴보라는 것이다. 냉정하게 평가받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좋은 컨디션으로 본 경기를 펼치면 된다.

한 국내 뮤지컬 제작자는 "한국이 뮤지컬 하기에는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다. 특히 창작뮤지컬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창작뮤지컬 지원 사업'으로 30억원을 배정했고, 극장의 대관할인 인심도 좋은 편이다. 관객들도 알아서 '감안'하고 봐준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이 올해 중점 추진 사업을 설명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에 대해선 대극장의 장기 대관 할증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15일을 초과해 빌리면 기본 대관료의 30%를 할증해 받는데, 국내 창작 뮤지컬에 한해선 이 같은 규정을 적용치 않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공공극장에서 이 같은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뮤지컬계로서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과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릴만한 국내 창작뮤지컬 작품이 얼마나 나올까. '난타' 같은 세계적인 히트 공연물을 만들어낸 PMC프러덕션에서 만든 창작뮤지컬의 완성도가 이정도임을 고려한다면 과연 대극장 무대에 어떤 작품이 올라갈지 궁금하다. 극장 측도 잘 생각해야한다. 인심 쓰고 극장이미지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심사숙고해서 대관해줘야 할 것이다.

창작뮤지컬이 제대로 평가받고 사랑받으려면 결국은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콘텐트를 만드는 길 뿐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판을 치는데 우리 창작했으니까 기특하잖아요', '초연이니까 감안하고 봐 주세요'는 프로답지 못하다. 관객들이 '본전'생각나지 않을 작품을 만들어 당당하게 무대에 올려주길 바란다.

◇뮤지컬 '아르센 루팡'= 각색 오은희. 연출 이종석. 출연 김다현·양준모(루팡) 배다해·문진아(넬리) 서범석·박영수(레오나르도) 선 민·안유진(조세핀) 강 성·송원근(이지도르) 김민수(가니마르) 이기동(제브르) 김태문(수비즈) 정진호(라울) 외. 5월 5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6만~10만원. (02)736-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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