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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千金)의 가치

[김영수의 궁시파차이(恭喜發財)]<6회>

김영수의 궁시파차이(恭喜發財) 머니투데이 김영수 사학자(史記 전문가) |입력 : 2013.12.02 17:38|조회 : 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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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千金)의 가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돈을 나타내는 단어로 '천금'(千金)이란 것이 있다. 동전 '천 냥'이 아니라 금으로 '천 냥'이란 뜻이니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거나 엄청난 경제적 부 따위를 비유하는 단어라 할 것이다. 중국인 특유의 과장을 잘 보여주는 단어들 중 하나다.

중국인들의 과장, 속된 말로 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는 대개 이런 과장을 비아냥거리는 투로 지적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부러워하는 속내가 묻어 있다. 중국인의 과장은 단적으로 그 땅 크기만 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960만㎢의 강역, 남한의 90배 이상이다. 동서로 길이 약 6000㎞, 남북으로도 그와 비슷하다. 시차만 네 시간이 난다.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실감이 잘 안 나는 크기다. 이런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땅과 거기 나는 물산의 엄청남을 '지대물박'(地大物博)이란 네 글자로 간결하게 자랑하기도 한다.

중국인은 연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도 '영원히 사랑해'와 같은 추상적인 과장보다는 '당신을 1만 년 동안 사랑해'처럼 구체적인 과장을 즐겨 쓴다. 고사성어에서 이런 과장은 흔히 발견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마천이 친구 임안에게 쓴 편지에서 말한 '구우일모'(九牛一毛)다. 아주 하찮은 것을 비유하는 성어인데, '소 아홉 마리에서 털 하나'이니 얼마나 보잘 것 없고 하찮은가.

이밖에도 '사기'를 비롯한 고전 기록에는 과장법을 동원한 고사성어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런 고사성어만 잘 이해해도 중국인 특유의 기질과 개성 그리고 경제관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사기'에 보이는 '천금'과 관련된 고사성어를 몇 개 살펴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려고 한다.

'천금'과 관련된 고사성어와 명언들

'천금'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마어마한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uncountable'(셀 수 없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사기'에서 천금이 들어가는 고사성어를 꼽으라면 명장 한신이 젊은 날 하는 일 없이 떠돌다 배가 고파서 빨래하는 아낙에게 한 달 가량 밥을 얻어먹은 뒤 훗날 금의환향(錦衣還鄕)하여 천금으로 은혜를 갚았다는 '일반천금'(一飯千金)이 될 것 같다. '밥 한 번 얻어먹은 값이 천금'이란 뜻이며, '밥 한 번 얻어먹고 천금으로 갚았다'고 해석한다. '빨래하는 아낙이 한신에게 밥을 주었다'는 고사는 '표모반신'(漂母飯信)이란 성어로 남아 있다. 어려울 때 남을 돕는 마음과 은혜를 입었으면 갚으라는 보은의 가치 개념을 전하는 좋은 고사성어다.

진시황의 생부로 알려진 여불위는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 와서 형편없는 대접을 받고 있던 진(秦)나라의 공자 자초(子楚)를 '차지해두면 값이 오를 귀한 물건', 즉 '기화가거'(奇貨可居)라 판단하여 그에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끝에 왕위에 오르게 만들었다. 여불위는 재상이 되어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누렸다. 여불위는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과시하기 위해 문객들을 총동원하여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백과전서를 편찬하여 세상에 내놓았는데, 저자거리에 방을 내걸길 '이 책의 내용을 한 자라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천금을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여기서 '일자천금'(一字千金)이란 유명한 고사성어가 탄생한다. 자신이 주도하여 편찬한 책의 글자 하나 값을 천금으로 매긴 것이다. 여불위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오만함이기도 했다.

계포의 약속 하나가 천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일낙천금'이란 성어를 남긴 계포
계포의 약속 하나가 천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일낙천금'이란 성어를 남긴 계포
'계포난포열전'을 보면 한나라 초기 강직하고 의협심이 넘쳤던 계포라는 인물이 눈길을 끈다. 그는 초한쟁패 때 항우의 부하로 있으면서 유방을 여러 차례 궁지로 몰았다. 말하자면 유방의 천적과 같은 존재였다.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다시 통일한 유방은 무려 천금을 현상금으로 걸고 계포에 대한 수배령을 내렸다. 계포의 인품을 잘 알던 주변 사람들의 주선으로 계포는 사면을 받고 유방을 위해 나머지 인생을 바쳤다. 사마천은 이런 계포의 성격과 인품을 '일낙백금'(一諾百金)이란 말로 개괄했는데, '백금을 얻느니 계포의 약속 한 번 얻는 것이 더 값어치가 나간다'는 뜻이다. 훗날 유방이 계포에게 걸었던 현상금 천금의 의미가 보태지면서 '일낙천금'(一諾千金)이란 고사성어를 파생시켰다. 한 사람의 약속과 신의가 천금보다 더 가치있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천금'은 부자나 부잣집을 가리키기도 한다. '사마상여열전'과 '원앙조조열전'에 보면 '천금을 쌓아둔 부잣집 사람(자식)들은 집에서도 가장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조금은 아리송한 대목이 나온다. 행여나 집이 무너질까봐 몸조심을 한다는 의미다. '부자 몸조심'이다. 여기서 '천금지가'(千金之家)와 '천금지자'(千金之子)란 말이 나왔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이란 명편에서 경제와 정치의 관계, 돈과 세태의 연관성 등을 깊게 통찰하고 있는데 그 중 '천금의 부잣집 자식은 저자거리에서 죽지 않는다'는 명언이 있다. '천금지자(千金之子), 불사우시(不死于市)'가 그것이다. 이 대목은 마치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고 있는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천금'의 가치가 얼마나 나갈까? 상대적일 것이다. 계포의 약속이 갖는 값어치, 여불위의 오만함이 묻어나는 '일자천금', 천금을 쌓아둔 집과 그 자식들의 가치 등등이 어찌 모두 등가로 치부될 수 있겠는가? 사마천이 '사기' 곳곳에서 던지는 천금은 때로는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는가 하면, 때로는 금권을 비유하기도 하며, 또 때로는 인간관계의 무한한 가치를 우회적으로 나타낸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의미하는 '천금'이 이렇듯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우리의 생각을 값으로 따지면 얼마나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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