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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무원 "나이 오십줄에 밥 당번 한다"

[직딩블루스] 가족과 생이별…A국장·B과장 한집살이 '눈칫밥'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입력 : 2014.01.19 09:01|조회 : 19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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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아파트 공사 현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어요. 우울하기도 하고 친구도 만날 수 없어 도저히 집 얻어서 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세종시 정부청사 15동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근무하는 한 20대 여성 공무원의 말이다. 그녀의 집은 경기도 광주시다. 시내는 아니고 팔당쪽 방면이다. 새벽부터 서둘러 세종청사까지 출근하는데 매일 거의 3시간이 걸린다.

일단 광주에서 서울 천호동까지
세종시 공무원 "나이 오십줄에 밥 당번 한다"
는 그녀의 아버지가 차로 데려다 주는데, 천호동에서 출발해 세종시까지 가는 통근버스를 타고 다닌다. 퇴근할 땐 천호동에서 집까지 다시 버스를 더 타야 해서 시간이 더 걸린다. 정말 힘들지만 현재로선 세종시에 집을 얻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문체부가 지난해 12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 2단계로 입주를 한 지도 4주 정도가 흘렀다. 다른 부처도 사정이 비슷하겠지만 문체부 직원들 중 약 3분의 2 이상은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퇴근 전쟁' 중이다. 물론 세종시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아직 완공이 안 돼 한시적인 경우도 있지만, 자녀 교육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서울에서 계속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한 국장은 "너무 힘들지만 국회 등 서울로 와야 하는 업무가 많기도 해서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는 서울서 출퇴근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경우에도 고달픈 건 마찬가지다. 한 중년 여성 공무원은 서울에 이런저런 현장 업무가 많아 세종시 아파트에선 1주일에 평균 2, 3일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에서 업무를 마치고 다음날 업무 때문에 세종시로 역퇴근을 할 때는 '여기 집을 왜 마련했을까'라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종시 아파트를 전세주고 서울로 다시 집을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이렇듯 출퇴근도 고생이지만 먹는 문제 해결도 만만치 않다. 문체부의 경우 옆동 교육부 청사에 구내식당이 있는데, 점심시간엔 사람이 몰려 20~30분씩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다리기 지겹기도 하고 구내식당 밥에 물린 이들은 차라리 버스를 타고 인근 지역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세종시 정부청사 인근에는 식당가 등 상권이 여전히 형성되지 않았다. 건물임대료가 많이 오른데다 서울로 퇴근하는 이가 많아 저녁 유동인구가 별로 없어서라고 한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중년 공무원들 중에는 혼자 내려온 경우도 많다. 이들에겐 점심 뿐 아니라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그야말로 큰일이다. 구내식당에서 떼우는 것도, 인근 지역으로 나가서 사먹는 것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단신으로 내려온 A국장의 경우, 임대 아파트를 얻어 역시 단신 부임한 과장 두 사람과 함께 방 하나씩을 나눠서 지낸다. 그는 사먹는 게 물려서 청사 내 매점에서 장을 봐 아파트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먹을 생각을 했다.

그러자 같이 사는 B과장의 입장이 난감해졌다. 그는 "선배에게 마냥 밥 하라고 시킬 순 없는 노릇이어서 아무래도 직접 해야 할 것 같은데, 예전 총각시절 자취생활 할 때 이후론 해본 적이 없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이 오십줄에 다시 밥 당번을 하게 생겼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공무원은 세간의 부러움을 받는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세종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이래저래 고달픈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공직자답게 "언젠간 좋아질 것"이라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느 과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세종청사 구내식당에서 짬밥 3500원짜리 먹고, 소화할 짬도 없이 잔무 후딱 처리하다가 8시 서울행 통근버스를 타고 잠시 졸다가 양재역에서 하차. 세종시 퇴근버스를 내릴 때마다 서울이 참 정겹다. 왜 이처럼 서울이 아름답고 이뻐 보이는 걸까? 오늘도 무사히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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