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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금융권이 범죄집단인가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4.04.21 06:50|조회 : 1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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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감각적으로 의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죽음의 불가피성을 알고 있다. 늙어서, 병들어서, 아니면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사고에 의해서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나의 삶이 끝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가고, 내 몸이 충격적인 모욕을 겪고, 그리고 그럴 문제가 생길 때쯤이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죽음은 늘 삶의 한 가운데에 있다.

우리는 죽음을 ‘관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연이 또는 신이 나를 데려갈 종착점에 대비해 자아를 준비시키는 일이다. 죽음이 특별한 참사의 형태로 나타나더라도 나만의,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저주나 형벌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아울러 대단히 불운하고 아주 이상한 일이 생겨도 세상은 끝나지 않을뿐더러 그런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대단한 ‘회복력’을 우리 스스로 갖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죽음이 늘 삶의 한 가운데 있는 것처럼 금융업의 한 가운데 늘 있는 게 금융 사고다. 금융업에만 유독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감독기관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일 것이다. 금융업이 돈을 다루는 업종이자 아울러 규제산업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금융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해서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특별이 더 사악하거나 도덕불감증이 더 심하다고 판단해선 안된다.

지난해 9월 동양증권의 불완전판매 사건으로 시작된 금융 사고는 거의 매달 끊이지 않고 일어나지만 우리는 이런 금융 사고들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필요가 있다. 단순 범죄형 사고인지, 아니면 구조적 제도적인 문제인지 따져봐야 한다.

올해 가장 큰 금융사고로 기록될 카드사 등 정보유출 사건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단순 범죄형 사고에 가깝다. 해킹에 의한 경우는 물론이고 국민 농협 롯데카드에서 일어난 정보유출 사건조차도 그렇다. 특히 3개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는 비유하자면 의사 앞에서 병을 고치기 위해 옷을 벗었는데 바로 그 의사한테 추행을 당했다고나 해야 할까. 주택채권 위조횡령 사건이나 보험설계사 횡령사건, 허위입금 확인서 발급 등도 그렇다.

단순 범죄형 사고는 형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물론 이런 사고조차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거나 보여주기 식의 대응책을 편다면 이로 인해 금융사들이 치르는 코스트와 사회적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금융의 중수부’라는 대형 특명사건 전담의 기획검사국 신설이다. 금융권을 조직폭력배나 범죄집단 쯤으로 본다면 모르지만 왜 금감원에 중수부 같은 조직을 설치해야 할까. 주가조작 사건에 대응하겠다며 특별조사국을 만든 지 얼마 됐다고 말이다. 이는 금융권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규제로 작용할 것이다. ‘감독의 다른 말이 규제’라는 사실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

감독당국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주검사역제’도 마찬가지다. 원래 이것은 사고방지 차원이 아니라 미국에서 은행 대주주들이 자신의 이익보호를 위해 은행에 대한 감시를 요청하는 제도였는데 지금 이상하게 활용되려 하고 있다.

삶을 지탱하기 힘든 충격 앞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대단한 회복력을 지닌 게 우리 인간이다. 감독당국은 금융사들이 사고 사실을 보고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언론에 흘리거나 금융 CEO들을 불러 군기만 잡지 말고 금융권 스스로의 회복력을 믿어보면 어떨까. 금융사고를 방지하겠다며 설익은 규제를 남발하기 전에 ‘규제는 예술이다’는 말도 새겨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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