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지배구조 외에도 호재 만발..주가 오를 것

"반드시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한다면 호재가 분명하죠."

SK그룹 지주회사인 SK (207,000원 ▼12,000 -5.5%)와 SK 지분 31.8%를 보유한 SK C&C (149,000원 ▼1,300 -0.86%)의 합병 가능성을 두고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 말이다. 양사의 합병을 거론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는 최 회장이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는 SK C&C다.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0.02%에 불과하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SK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전형적인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회사를 경영할 때 이 같은 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언젠가는 조직을 다듬는 작업에 나설 것이란게 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다만 3세 경영 승계가 핵심인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과 그룹 총수의 부재로 지배구조 개편이 급박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료=키움증권 추정치.

◇합병시 최 회장 일가 지분율 32.3%…시기가 관건=SK그룹 전반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가장 빠르고 편리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이 합병이다. 합병 가능성은 2009년 SK C&C가 상장할 때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SK와 SK C&C가 자사주를 매입하겠는 신호를 보낼 때마다 주가 부양책이라는 평가와 합병 가능성을 모두 제기했다.


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양사가 가진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보다 높아진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SK가 SK C&C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한다고 가정하면 최태원 일가 지분율이 21%대로 감소하지만 두 회사가 각각 소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분율은 32.3%로 올라가게 된다. 이 정도 지분율은 지배권 행사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문제는 합병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까지 난제들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그룹의 구도를 바꾸기 위해 앞장서야 할 총수가 없다. 최 회장은 지난 2월 27일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함께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고 등기·비등기 임원에서 물러난 상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SK C&C 등이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지분 처분 문제도 합병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수혜株는 SK C&C…삼성SDS상장 덕도=합병이 성사될 경우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기업은 SK C&C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지만 SK와 합병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SK C&C 주식가치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SK와 합병 이슈에 대해 별 기대감은 없지만 결국에는 SK와 합쳐져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합병 이전에 기업 가치 제고는 필수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이슈와 별개로 봐도 긍정적이다. 계열사들의 부진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SK와 달리 SK C&C는 실적도 탄탄히 쌓아왔다. 2009년 상장 이후 1276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은 2013년 말 기준 2252억원으로 늘어나며 연평균 15.2%씩 성장해왔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는 그간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19%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SK C&C는 종합 IT(정보기술) 서비스업체로 크게 △IT서비스 △보안서비스 △비 IT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비 IT사업의 핵심은 국내 중고차시장에서 고성장하고 있는 SK엔카다. SK엔카는 2000년 말 SK에너지의 사내벤처로 출발해 2011년 12월에 SK C&C에 인수됐다. 중고차 매매, 계약대행 등의 오프라인 사업을 비롯해 중고차 판매광고 위주의 온라인 사업, 중고차 및 부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사업 등을 통해 호실적을 내고 있다.

오진원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SK C&C가 3.0 시대 초입에 들어섰다"며 "SK와 합병 같은 단기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이슈가 아니라 SK엔카와 신사업 등 비 IT(정보기술)사업의 성장이 핵심 이슈"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1분기 비 IT사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4.1% 늘어난 2113억원으로 집계됐다.

동종업체인 삼성SDS 상장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리고 있다. 삼성SDS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는 동종업체의 주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삼성SDS와 업종과 매출 규모면에서 유사한 상장기업은 SK C&C가 유일하다. 삼성SDS에 대해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 SK C&C의 가치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이 발표된 지난달 8일 이후 주가는 13.2% 올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SK C&C나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오른 것은 해당 그룹 이슈보다 삼성SDS 상장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며 "SK C&C는 SK그룹의 지배구조 이슈와 별개로 삼성그룹발 수혜를 당분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