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김밥 장사로 출발해 11번째 창업 도전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사진=하이퍼커넥트

"취직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 흔한 토익 자격증도 없습니다. 빨리 창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개발업체 하이퍼커넥트의 안상일 대표(33)는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도전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김밥 장사, 옷 가게부터 IT(정보기술)컨설팅, 검색엔진업체 등까지 10번의 창업 경험이 있다. 서울대 공대 출신이지만 취업을 위해 지원서를 넣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안 대표는 "취업을 위한 그 흔한 토익 자격증도 없었다"며 "처음부터 창업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창업동아리 활동 통해 창업 적성 발견

안 대표는 신입생 시절, 김치찌개와 소주 대신 고기와 칵테일을 사준다는 소문에 창업동아리인 서울대학생벤처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창업동아리에는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 송병준 게임빌 대표 등 벤처창업으로 대박 난 선배들이 수두룩했다. 학교 선배이자 벤처창업 선배들을 보며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대학교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김밥 장사 등 다양한 사업을 해봤다. 아침 출근 시간대에 맞춰 김밥을 파는 건 똑같았지만 여기에 우유를 한 세트로 묶어 2000원에 팔았다. 당시 하루 3시간 일해 월 100만원 이상씩 벌었다. 또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온라인 쇼핑몰 등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IT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틈틈이 선배 벤처회사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연습용 창업에 그치지 않고 선배들처럼 벤처창업에도 나섰다. 안 대표가 대학교 3년이던 2007년 검색엔진 업체 '레비서치'를 창업한 것이다. 안 대표는 1997년 네오위즈를 창업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 원클릭, 인터넷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등으로 대박을 치며 수척억원대의 자산을 일군 장병규 대표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장 대표가)얼마나 대단하기에 20대에 성공한 벤처인이 됐을까, 까짓 것 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안 대표는 장 대표를 롤모델 삼아 그가 개발한 국내 토종 검색엔진 '첫눈'을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품었다. 시작할 때부터 자본금이 두둑했고 서울 강남에 번듯한 사무실도 있었다. 임직원도 30여명에 이르렀다. 서울대 학내 벤처 1호인데다 새로운 기술을 내세워 언론 등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레비서치는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안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투자자들이 손을 거두기 시작했다"며 "투자를 염두에 두고 회사 규모를 키웠는데 결국 실패해 회사는 물론 대표였던 저 역시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장병규와의 인연

안 대표는 자동차와 집, 예금 등 모든 자산을 팔아 임직원들의 마지막 월급과 회사 미지급금을 해결하고 나니 빈털터리가 됐다. 그때 우연찮게 장 대표의 도움을 받게 됐다. 안 대표는 병역특례로 네오위즈에서 일했을 때 장 대표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는데 실패한 뒤 재기할 수 있는 도움도 얻게 된 것이다.

안 대표는 "장 대표님이 보시기에 제가 불쌍해보였는지 사무실을 내어주시고 돈도 빌려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 대표에 계약금을 지원받아 매물로 나온 온라인 커뮤니티 업체를 계약금만 주고 후불로 인수해 운영했다. 빌린 사무실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쪽잠을 자며 지냈다.

안 대표는 물질적인 부분 외에도 사람에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건 소수의 인재라는 걸 알게 됐다"며 "실제로 IT 업계에서는 훌륭한 인재 한 명이 수백, 수천억원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보고 배웠다"고 덧붙였다.

◇재도약 위한 11번째 도전

그는 실패 이후에도 재기하기 위해 IT 서비스개발업체, 사진 스튜디오 등 지속적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장 대표와의 인연이 지속돼 차기 사업을 준비할 때 프로젝트 팀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거듭된 도전과 실패를 거쳐 최근 또 다른 재도전에 나섰다. 정강식, 용현택 공동창업자와 함께 실시간 음성·영상 소통을 가능케 하는 기술인 웹 RTC(Real Time Communication) 기반 IT 기업 하이퍼커넥트다. 지난해 11월 웹RTC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영상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아자르(Azar)를 개발했다. 아자르는 출시한 지 2달 만에 NHN의 메신저 라인을 제치고 대만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1위(인기무료 부문)에 올랐다. 6개월 만에 가입자 수도 전세계 200여개국 500만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안 대표는 "과거에는 의미있는 매출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투자받을 생각에 사업을 크게 키워 실패했다"며 "하이퍼커넥트는 처음부터 투자금은 없다고 가정하고, 투자없이 자립할 수 있도록 수익을 창출해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비스를 출시하고 5개월이 지나서야 법인을 등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자르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아직 정식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을 정도로 안 대표는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재 투자에는 예외다. 과장급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연봉을 최대 2억원까지 제시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아자르의 90% 이상은 해외이용자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면 세계 최고의 인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급 연봉에 맞추다 보니 억대 연봉을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자는 실제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인 만큼 개발자의 능력에 따라 소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며 "하이퍼커넥트가 개발자를 대접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이퍼커넥트는 매달 50% 이상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연매출은 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전에 없던 웹 RTC 기술을 보유한 만큼, 아자르에 그치지 않고 교육이나 기업용 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사진=하이퍼커넥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