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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패러다임’의 변혁 필요성

[변호사 김승열의 경제와 법]<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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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패러다임’의 변혁 필요성
과거 법제도는 ‘규제’가 주된 관심사항이다. 그러나 규제적인 측면보다 특정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나아가 이를 지원 또는 육성하는 기능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규제 영역에서의 패러다임이 좀 더 수요자 중심으로 조정되고, 또한 수요자에게 억울함이나 불편함이 없도록 세밀하게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규제 패러다임이 종전과 같이 법집행자와 피집행자가 엄격하게 나누어져서 상호 대립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역할이 중복되고 상호 협업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동의명령제도’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에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피해자 구제계획을 세우고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 등을 포함한 방안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와 규제당국 역시 이에 동의하는 경우 행정명령이 나온 것처럼 그 구속력을 인정하는 제도다.

이는 피규제자 스스로가 규제내지 지원의 기본 틀을 만들고, 관련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율적 갈등 내지 분쟁해결 방안이다. 이를 통해 규제당국은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줄이고 피해자는 좀 더 실효성 있는 구제를 받게 되며, 위반 혐의자는 처벌보다는 피해구제를 통해 새롭게 갱생할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은 규제상호 간의 모순 내지 충돌이지만, 규제 칸막이로부터 발생하는 사각지대의 해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비근한 예가 종전에 개인정보유출 사건에서 보여준 관련법령과 규제당국의 난맥상이다. 즉 주무부서가 금융당국,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기관으로 나누어지고, 각 소관 법령상에 상호 충돌되거나 모순되는 규정이 있는데다가 제재 방식도 산만하고 복잡했다.

즉 금융기관의 개인정보유출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위반에도 해당되지만, 금융당국이 자신의 소관법령인 신용정보법이 아닌 다른 법령에 근거해 규제를 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방통위나 행안부 입장에서도 금융기관은 자신의 산하 피감독기관이 아니어서 자기 소관법령에 근거한 규제가 어려웠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규제의 사각지대를 조정·관리할 수 있는 융합적인 행정조직과 이에 따른 융합규제 정책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규제개혁은 좀 더 수요자 중심으로 치밀하게 재단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이 부분이 여전히 미흡하다. 예를 들어 작년에 입안된 자동차 관리법개정안을 살펴보자. 이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소위 렌터카 신종 사기를 근절하기 위해 입안됐다. 즉 저당권이 설정된 자동차에 대하여 ‘직권말소’를 유도해 일단 직권말소가 되면 기존의 저당권도 같이 말소되는 법규정상의 맹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법의 허점 때문에 그간 여신전문 금융기관은 많은 불편함을 겪었다. 왜냐하면 여신전문 금융사는 이와 같은 직권말소를 저지하기 위해 실효성이 전혀 없는 임의경매를 계속해야 직권말소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직권말소 후 신규등록 시, 기존의 저당권의 해소가 정당함을 증명해야 자동차 신규등록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법안의 발효시기가 공포한 날로부터 1년 이후로 미루어졌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 즉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인 1년 동안 여신전문금융기관을 달리 보호할 조치가 없었다. 물론 현행 직권말소 규정은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이 제청돼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안 내려진 상태에서 국토해양부, 지방자치단체, 국회, 헌법재판소, 법원 등 어느 기관에서도 수요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주무부서 격인 국토해양부 및 행정안전부로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현행 직권말소 규정에 대한 문제점 및 개정 법률의 시행 등을 안내하고, 시행일 이전에 저당권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강구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수요자인 여신전문금융기관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직권말소를 저지하기 위해 1년 동안 임의경매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즉 이는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이 서로 그 책임을 미루고, 나아가 행정기관상호간에도 서로 그 책임을 미루게 됨으로써 거의 1년간 법의 사각지대가 발생된 것이었다. 따라서 법안개정 등에 있어서도 이와 같이 법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되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하고 융합적인 정책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 융합적인 법제도나 정책방안 시스템이 정착돼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수요자에게 좀 더 친화적인 방향으로 규제 패러다임이 변혁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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