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산재보험법 등 '쟁점법안' 또 다음 국회로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새누리당 홍일표,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법'(유병언법)을 논의하고 있다.2014.11.6/사진=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하 산재보험법)과 상가권리금 법제화 관련 법안 등 핵심 법안들에 대한 논의를 4월 국회로 넘겼다.

법사위는 24일 법안심사 1·2소위를 열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법안심사에 들어갔다. 오후에 법안심사를 이어가던 법사위는 산재보험법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개정안,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에 대해 의견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정회했다.


그러나 끝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여야 간사 합의에 의해 속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세 법안에 대해선 아예 심의 자체를 하지 못했다.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골프장 경기 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강제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경제활성화' 법안 중 하나다.

그러나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돼 왔다. 소관상임위인 환노위 의원들은 이를 규탄하며 지난해 4월 이례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심사 권한의 월권 금지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회사의 단체보험에 가입된 특고근로자는 산재보험 가입 의무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정안 처리를 주장해 왔다. 즉 특고근로자가 회사에서 보험료를 부담해주는 '단체보험'과 특고근로자와 회사가 반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산재보험'을 비교해 자율적으로 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이는 그간 개정안에 반발해 온 업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험업계가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근로자들이 민간 보험에 가입할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결국 회사는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고용의 경직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단 우려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 통일자문회의 명의로 활동하는 경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개정안에 대해선 새누리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의 해외파견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파견 전 국회 동의를 받기로 한 내용의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에 대해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대로 여야가 법안처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상가 권리금의 정의를 법제화하고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는 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도 4월 국회로 넘어갔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 1소위를 열고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민병두 의원 대표발의)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15건을 상정하고 논의했지만 정부와 의원들의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했다.

상가권리금 관련 개정안 논의에선 권리금 계약의 제3자인 임대인에게 권리금의 회수 의무를 부여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법사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4월 국회로 넘겼다.

한편 법사위는 이날 금품상납, 불공정거래 등 '갑질'을 해온 홈쇼핑업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송법 개정안, 교정시설 신입자에게 건강진단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이 수정의결됐다.

법사위는 다음달 2일 예정된 전체회의 직전에 법안심사 2소위를 열고 이날 논의하지 못한 세가지 법안과 더불어 타상임위 법안 등을 처리할 계획을 고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