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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저출산과 멜서스의 유령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76>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5.03.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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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저출산과 멜서스의 유령
#“인구의 자연 증가는 기하급수적인데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토머스 멜서스와 '인구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구절이다. 지금이야 그냥 웃어넘길 수 있지만 이런 주장이 처음 제기됐던 1798년 영국인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인구와 식량의 거대한 괴리는 어떻게 해서든 메워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은 먹을 것 없이는 살 수 없다. 멜서스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러므로 인류가 가진 여러 가지 악덕, 즉 전쟁이나 전염병 같은 재난이 인구를 감소시키지 못할 경우 자연이 가진 최후이자 가장 끔찍한 인구 억제 수단인 기근이 찾아올 것이다.”

#멜서스는 이같은 강제적인 제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열정을 억누르고 결혼을 미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빈민 구제는 필연적으로 인구 증가를 가져오므로 빈민구제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랬으니 당시 영국인들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을 수밖에.

멜서스는 이런 반응을 미리 예상했음인지‘인구론’의 초판을 익명으로 펴냈고, 몇 년 뒤에 출간한 재판부터는 과격한 표현을 많이 없앴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도“참혹한 질병과 기아를 예견한 불길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 증가가 사회 발전의 장애로 인식되는 사고의 틀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멜서스의 유령’이 영국은 물론 전세계를 활보하고 다닌것이다. 중국 정부가 1979년에 도입한 1자녀 정책이나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까지 시행한 산아 제한 정책이 다 인구 증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멜서스식 사고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유령이 완전히 상반된 모습으로 다시 돌아다니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저출산은 재앙”이라는 말인데, 몇 년 후에는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 절벽이 올 것이라는 섬뜩한 표현까지 뒤따른다. 사실 일본과 서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저출산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부쩍 그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도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래 두 번째로 적은 43만5300명이었다.102만5000명에 달했던 1971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인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1971년의 4.54명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저출산은 생산인구의 감소를 가져와 경제 위축을 야기하고 이는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정부는 그래서 2005년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2006년부터 8년간 출산장려금과 보육비 등으로 무려 66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그 결과가 고작 이 정도인 것이다.

#그런데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인구가 늘어나야 꼭 좋은 것일까? 가령 부동산 문제만 해도 젊은 세대가 증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 집값은 오를 것이고, 그만큼 이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인구 증가는 또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원 사용을 늘릴 것이고 환경 오염도 가중시킬 것이다. 에너지 가격의 폭등과 자원 고갈은 물론 지구 온난화 문제도 더 심각해질 것이다.

사실 출산율 저하는 사회구조의 변화에 기인한다. 예전에 농촌에서는 자식이 많을수록 일손이 불어나 수확량도 늘어났다. 자녀가 곧 재산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노후 대비도 자식에 의존해야 했으므로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했다. 그러나 도시화된 현대 사회에서 자식은 의무이자 부채다. 교육비 부담은 커졌지만 핵가족화로 노후 대비는 따로 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의 삶보다 자신의 삶을 더 중시한다. 종족 보존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지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저출산은 패러다임의 변화다. 재앙이 아니다.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 무조건 많고 커야 좋은 건 아니다.

경제학이 ‘우울한 학문(dismal science)’으로 불리게 된 것은 멜서스의 우울한 예측 때문이었다. 하지만 멜서스의 예측은 틀렸다. 멜서스의 유령은 이번에도 기우(杞憂)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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