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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과학]화려한 수컷공작 꼬리 같은 삶

<3> 게임의 룰을 바꾸지 않는다면 잘못된 선택조차 이기는 모순

맛있는 과학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입력 : 2015.08.21 03:20|조회 : 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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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교가 새로 입대한 병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중이다. "피아노 전공한 사람 손들어봐. 왜 이렇게 많아? 유학 안 갔다 온 사람은 손 내려. 좋아! 자네하고 자네, 저 피아노 들어서 2층으로 옮겨주게." 조금 썰렁한 군대유머다. 요즘 군대가 이렇지는 않겠지만,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기준에 근거해 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성 선택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하는 데, 이를 위해 설사 생존에 불필요하더라도 성 선택에 유리한 특징을 진화시킨다는 것이다.

다윈이 이런 이론을 제시한 것은 수컷공작이 갖는 화려한 꼬리 때문이었다. 사실 수컷공작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꼬리 때문에 움직이기도 힘들다. 꼬리 때문에 맹수들에게 잡아먹히기 십상이란 말이다. 적자생존이 옳다면 공작의 꼬리는 이렇게까지 거대할 이유가 없다. 다윈의 성 선택설은 암컷이 화려한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암컷은 왜 이런 쓸데없는 꼬리에 집착하는 걸까? 꼬리가 필요이상으로 긴 것은 생존에 분명 불리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긴 꼬리는 역설적으로 그 수컷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장애를 가지고도 살아있으니 진정으로 강자인 셈이다. 물론 암컷이 더 현명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수컷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수컷들이 위험에 처했을지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는 소인국 릴리푸트가 나온다. 이 나라에서는 '줄타기' 잘하는 사람이 고위관리로 등용된다. 광대들이 줄 위에서 벌이는 바로 그 줄타기가 사법고시이자 수능시험인 셈이다. 스위프트는 당시의 영국사회를 비꼬기 위해 이런 풍자를 한 것이다. 하지만, 줄타기로 사람을 뽑는다면 수험생의 입장에서 줄타기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우리 사회의 각종 시험이 이것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볼 일이다.

정치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선거를 통해 청렴하고 유능하며 국민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뽑길 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는 어느새 쓰레기 분리수거가 되어 버렸다. 왜 그럴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당선되는 것이다. 성추행 추문에 휩싸이고, 논문을 표절하고, 법을 어겨도 상관없다. 평소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능력이 없어도, 거짓말을 일삼아도 괜찮다. 모든 가용한 자원을 오로지 당선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만 쏟아 부으면 된다. 마치 수컷공작이 무조건 화려한 꼬리를 가지기위해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성 선택설을 생각해본다면 수컷을 비난할 수 없다.

암컷의 선택을 받으려면 수컷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해결의 열쇠를 쥔 것은 암컷이다. 게임의 룰을 제대로 만들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특정 저널에 논문을 실어야만 교수가 되거나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거나, 몇 편 이상의 SCI 논문을 써야 성과급을 준다고 규칙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규칙이 만들어지면 과학자들은 수컷공작같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외국에서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내던 과학자가 국내에 들어와서 몇 년 만에 거대한 꼬리를 갖는 공작이 되었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충분히 근면하다. 2014년 대한민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였다. 우리는 언제나 극도의 경쟁 속에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일에 쏟아 부으며 살아간다. 물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노력이 혹시 공작의 꼬리와 같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는 게임의 룰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맛있는 과학]화려한 수컷공작 꼬리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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