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테러 유로존에 악재…한국까지 도미노효과

사진=뉴시스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테러 사건으로 인해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유로존 경제가 또 한 번 악재를 맞았다. 유럽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프랑스가 유로존에서 독일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인만큼 이번 테러가 유로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13일(현지시간) 유럽연합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3% 증가했다. 전분기(0.4%)보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모습으로 시장전망치(0.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0%로 당국의 목표치(2%)를 크게 하회한다.

테러 참사뒤에는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도 4.1%에서 1.0%로 곤두박질했다. 당시 미국은 수출과 수입액이 각각 6.8%, 6.4% 감소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는데 그에 버금가는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칭요우(管淸友) 중국 민성증권연구원 원장은 "항공·여행업 등이 큰 충격을 받는 것은 물론 리스크 회피 심리의 확산으로 자산 투매가 일어날 수 있다"며 "유럽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간 국경 통제가 심해지면서 무역활동이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프랑스 당국은 13일 국경을 봉쇄했고 다음날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가 잇따라 국경 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럽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그 여파가 세계경제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유럽을 제2의 수출국으로 삼고 있는 중국의 경우 일시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해 EU에 3711억2470억만달러(약 432조원)을 수출했다. 이는 미국(3970억달러)에 이어 2번째로 큰 규모다. 프랑스 등 유럽지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12.5%(2014년)로 전체 미국(12.3%) 수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프랑스 테러가 한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중국의 유럽향(向) 수출을 감소시켜 한국 수출마저 함께 후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우리 수출은 지난 10개월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온 만큼 악재가 겹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우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테러에 따른 금융시장의 투매 바람이나 경제적 충격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도 나온다.

셰인 올리버 AMP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참사가 세계 지도자들의 공분을 샀지만 투자 결정에는 자동반사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위협이 지속되면서 테러 공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약해졌다는 것이다.

앞서 유럽에서는 2004년 3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통근열차 폭탄테러로 191명이 숨지고 이듬해 7월 영국 런던의 지하철과 버스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50여명이 희생된 적이 있다. 당시 유럽 증시엔 비교적 강한 투매 바람이 불었지만 영향은 주로 테러 발생국으로 제한됐고 시장은 곧 평정을 되찾았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치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가 9·11 급일 수 는 있지만 경제적으로 9·11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나친 공포가 우리 경제를 덮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시 "외부적 충격은 일시적 충격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유럽경제 불안, 세계경제 불안으로 이어져 충격을 줄 수 있지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위험회피 성향은 더 짙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에 따른 테러 공포가 달러, 엔을 비롯한 주요국 통화와 국채, 금 등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해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부추기면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로 이미 위축된 증시와 원자재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하슘 자산운용의 요기 드완 CEO(최고경영자)는 "이번 테러로 증시가 2~3% 이상 추락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