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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플랫폼]음악, 불행한 천재와 행복한 범재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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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플랫폼 머니투데이 장윤정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 2016.01.2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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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비평의 플랫폼’은 공연, 전시, 출판, 미디어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이슈를 문화비평의 시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비평가들의 깊이 있는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평의 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격월간 문화비평웹진 '플랫폼'(platform.ifac.or.kr)에 게재된 글을 신문기사의 형식에 맞도록 분량을 줄인 글입니다. '플랫폼' 홈페이지에 오시면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평의 플랫폼]음악, 불행한 천재와 행복한 범재 사이에서
베이스 연주자로 유명한 빅터 우튼(Victor Wooten)의 동영상이 한동안 SNS에 자주 올라왔었다. 동영상에서는 빅터 우튼이 음악가들에게 “음악을 한 단어로 무엇이라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러자 저마다 음악은, 경험, 사랑, 인생, 감정, 혹은 전부라고 말한다. 그러자 빅터 우튼이 다시 말한다. 음악인들에게 물어보면 그 누구도 음악이 ‘음표’나 ‘음계’라고 대답하지 않고, 기타리스트나 베이시스트도 음악이 ‘기타’나 ‘베이스’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 바로 음악인들이 음악이라 정의한 경험, 사랑, 인생, 감정 등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조금은 길어 보이는 빅터 우튼의 동영상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그것이 지금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본질이자 핵심이기 때문이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 쪽은 천재에 대한 신화가 대체로 강한 힘을 발휘하는 편이다. 수없이 많은 트레이닝을 거친 범재가 그 재능을 이미 타고난 천재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일까? 테크닉이 상당히 뛰어난, 혹은 속주의 달인으로 불리는 누구가의 기타 연주를 보며 아무 감응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때로 스캣(scat)을 미친듯이 해대는 재즈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아무 감동을 받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또 무엇일까?

[비평의 플랫폼]음악, 불행한 천재와 행복한 범재 사이에서
물론 속주의 달인과 스캣의 여왕으로 불리는 누군가가 있어, 그들이 천재라거나 보이지 않는 그들의 무수한 노력들을 무시한다는 말이 아니다. 음악적으로 아무리 뛰어나고 대단하더라도 음악에 그 사람의 영혼이, 그 사람의 사람됨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감응은 크지 않거나 오래 못 갈 것이라는 뜻이다. 빅터 우튼의 동영상은 음악 연주에 앞서 음악인의 삶과 그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어떤 뛰어난 연주나 작품도 그 연주자 수준 이상을 넘어서기 어렵다. 내가 깊거나 넓어지지 않은 채 어찌 깊고 넓은 음악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가 말이다. 그 때문에 음악 이전에 나를 돌아봐야 한다. 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비평의 플랫폼]음악, 불행한 천재와 행복한 범재 사이에서

감탄과 감동, 그리고 기술자와 예술가는 엄연히 다르다. 천재의 음악이 감탄을 줄 수는 있으나 그것이 항상 감동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가 전하는 감동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때로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지구와 해왕성의 거리만큼 멀기도 하다. 천재에게 인간성마저 좋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욕심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이제까지 천재의 이미지는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괴팍한 모습과 연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천재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많은 것들, 혹은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분위기 등이 모두 옳거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다시 빅터 우튼의 말로 돌아가자. 음악을 연주하기 전에 우리의 경험, 사랑, 인생, 감정 등을 연주하자고 했었던 말 말이다. 아름다운 음악 내지 좋은 음악은 단 한 명의 천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음악에 있어서 ‘조화(harmony)’야말로 그 음악을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나단 이스트(Nathan East)나 데이비드 포스터(David Walter Foster)와 같은 음악 대가들은 모두 스튜디오 연주에서 중요한 것은 연주자의 ‘태도’라고 말한다. 태도가 바르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아는 연주자라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과 함께 일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설령 연주가 부족할지라도 그 연주자가 잘할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신경질적인 연주자라면 다시는 스튜디오에서 함께 연주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연주자가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담은 다른 연주자나 청중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적 능력 이전에 그 사람됨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내 삶에서 만난 사람들의 총체”라고 누군가 말했던가! 사람보다 음악이 먼저일 수 없다. 우리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삶을 산다는 것을 말하고, 삶을 산다는 것은 더불어 함께 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 말하거니, 불행한 천재보다 행복한 범재가 많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범재들이 모여 만들고 연주한 음악이 우리네 삶 곳곳에 번져가기를 바란다. 그 음악은 분명 우리에게 위로와 활력, 그리고 선함과 희망을 선사할 것이니...

[비평의 플랫폼]음악, 불행한 천재와 행복한 범재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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