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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플랫폼] 대종상, 유구한 논란의 역사와 불투명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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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플랫폼 머니투데이 박우성 영화평론가 |입력 : 2016.02.0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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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비평의 플랫폼’은 공연, 전시, 출판, 미디어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이슈를 문화비평의 시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비평가들의 깊이 있는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평의 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격월간 문화비평웹진 '플랫폼'(platform.ifac.or.kr)에 게재된 글을 신문기사의 형식에 맞도록 분량을 줄인 글입니다. '플랫폼' 홈페이지에 오시면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평의 플랫폼] 대종상, 유구한 논란의 역사와 불투명한 시스템
올해도 대종상이 생중계됐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다는 누군가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 희극인은 웃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웃긴 사람이 아니다. 웃기기 위해 그들이 쏟는 노고를 생각할 때 저런 비유는 부당하다.

시상식에 불참하는 배우들은 수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집행위원장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참석 여부가 수상 결과를 제압하는 사태, 그러니까 배우의 사적 스케줄이 대종상의 공적 권위를 간단히 꺾어버리는 사태가, 그 누구도 아닌 총괄 책임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황당한 자기부정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이 터졌다. 수상자 대부분이 불참했다. 참담한 생중계 현장을 여기에서까지 굳이 묘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종상을 비웃기 위해 <개그콘서트>를 끌어들이는 것은 <개그콘서트>에 대한 모독이다. 계산에 따라 잘 만들어진 촌극과 시대착오적인 자기부정의 촌극은 구분되어야 한다. 대종상은 누군가를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의 권위를 믿는 누군가를 웃긴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대종상은 반복되는 논란과 추가되는 논란의 각축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는 영화에 대한 국가의 태도, 영화계 내부의 이권 다툼 등 한국영화사의 질곡이 응축되어 있다. 논란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유구하다.

1996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예심에서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나 본심에서 편집조차 안 된 <애니깽>으로 결과가 역전됐다는 점, <애니깽> 제작자의 불법 로비 정황이 드러나 대종상 관계자들이 검찰에 소환되었다는 사실 등은 차치하자. 그것은 근본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영화의 미학을 평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영화 전문가가 편집의 미학을 송두리째 부정해버린 사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1991년에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와 <은마는 오지 않는다>가 출품 자체를 철회했다. 반정부와 반미를 다룬 작품은 수상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이 중심에 있었다. 그런 원칙이 대종상 심사 원칙에 공식적으로 직시된 바 없었다. 국가권력의 편협한 이데올로기가 영화적 상상력의 자율성을 뭉개버리는 상황이었다. 대종상은 대중문화에 대한 국가의 외압을 상징한다.

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세련된 방식의 압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1975년 어느 신문은 대종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최고 상에 걸려 있는 외화 수입 쿼터가 무려 2천만원 짜리 이권이라는 데서 영화업자들은 그것을 따기 위해 경쟁을 해왔던 것이다. 심사위원들을 둘러싼 각종 뒷거래설을 비롯해 수상을 둘러싼 온갖 시비가 뒤따르지 않을 때가 거의 없었다.” 튀어나온 못을 강제로 박는 것보다 못 스스로가 들어가게끔 하는 방식, 즉 타율적 강압보다 자발적 동의를 유도하는 게 고단수의 지배 방식이다. 제작자들의 고충을 간파한 정부가 제작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에 시급한 영화인들에게 미끼를 던져 자발적으로 국가의 시책을 홍보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대종상의 속살은 국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자발적 동의였다.

[비평의 플랫폼] 대종상, 유구한 논란의 역사와 불투명한 시스템
가장 오래된 기사에 공교롭게도 대종상 논란의 핵심 이유가 발견된다. 초창기부터 지적되었지만 여전히 수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사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심사 결과는 어느 때보다 권위를 상실한 것이란 소리를 들었다. 무엇보다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서 불만이 많았다. 심사위원 가운데 단 한 사람의 영화전문가나 영화인이 끼여 있지 않았다.” 1965년에 있었던 공정성 시비의 일부이다.

사실 대종상을 둘러싼 잡음 중 대부분은 공정성 시비였다. 결국 핵심은 심사과정의 불투명성, 좀 더 정확히 말해 심사위원이 선정되는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이것이야말로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결코 수정되지 않는 대종상 논란의 본질이다.

대종상이 보수 일색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불공정한 심사 결과는 곧장 심사위원 선정의 불투명성과 직결된다. 심사위원 선정은 누가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수상 결과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확인된다. 본심 심사위원 명단은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그들의 심사 자격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영화인 중 일부다. 다만 특정 세대의 특정 성향을 대표할 뿐이다. 그들의 자격은 ‘1/n’일 뿐이다. 하지만 대종상에서는 그것이 곧장 ‘1’로 환원된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문제시 되는 대종상의 공정성 시비 기저에는 지엽적인 판단과 취향을 전체로 둔갑시키는 부당한 시스템이 존재했던 것이다.

영화는 평가의 대상이지만 그 평가는 절대적이지 않다. 평가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수상 결과에 대한 대중의 동의 여부는 부차적이다. 대중의 선호에 위배되기 때문에 수상 결과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때, 영화의 만듦새보다는 이권 다툼이 먼저일 때, 심사과정이 불투명할 때 논란이 발생한다. 올해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대종상은 진행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불투명한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그 존재 의미는 딱 하나일 것이다. 대종상의 역사와 권위를 믿는 사람들을 웃긴 사람으로 만드는 것.

[비평의 플랫폼] 대종상, 유구한 논란의 역사와 불투명한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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