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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가 찾아왔다, 우리 회사로~"

도서관협회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인기…보령제약 찾은 정재승교수 "인공지능 닮아가는 한국인의 뇌…'인간다움' 고민해야"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입력 : 2016.08.24 03:10|조회 : 6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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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강의가 찾아왔다, 우리 회사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시대에 '헬스 케어'(Health Care) 분야에서 유망한 사업이나 추천 제품이 있을까요?" (보령제약 직원 A씨)

"가장 먼저 상용화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운전이야말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데 큰 위험 없이 상용화될 수 있을까요?" (보령제약 직원 B씨)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보령제약 빌딩, 이미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저녁이었지만 지하 강당은 대학교실을 연상케 하듯 때아닌 학습 열기가 가득했다.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의 일환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의 강연이 시작되자 아직 신입사원 티를 채 벗지 못한 사원도 나이 지긋한 직원도 나란히 앉아 강연에 집중했다. 정 교수에게 질문을 자유롭게 던질 수 있도록 개설된 '단톡방'(카카오톡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는 100여명의 보령제약 직원이 참여해 궁금증을 풀어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프로그램은 2013년 시작된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이다. 직장인들이 관심 있는 '창의·혁신·힐링' 3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정해 관련 연사를 섭외, 강연을 제공한다. 올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보령그룹, 하나투어, 인천환경공단, 한국출판협동조합 등 20개 기업에서 실시한 뒤 점차 참여 기업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주입식 고전’대신 재미·도전·파격으로 승부…‘길 위로’ 부상한 인문학)

참여 연사 면면도 다양하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를 포함, 영화평론가 유지나, 외화번역가 이미도, 문화평론가 정여울부터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 '장진우거리'로 잘 알려진 장진우 등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17일 보령제약 직원을 대상으로 '인간의 지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서'란 주제의 강연을 펼쳤다. 이는 올해 처음 실시하는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사진제공=카이스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17일 보령제약 직원을 대상으로 '인간의 지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서'란 주제의 강연을 펼쳤다. 이는 올해 처음 실시하는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사진제공=카이스트
기존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직접 동네 도서관을 찾아가야 참여할 수 있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인문학이 필요한 직장인들을 직접 찾아간다. 보다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한국도서관협회 관계자는 "많은 직장인들이 인문학에 대해 관심은 높지만 바쁜 업무로 향유할 기회는 부족하다"며 "직접 기업을 찾아가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과 '힐링'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도서관의 프로그램을 알려 직장인들이 도서관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당에 모인 보령제약 직원 100여명은 정 교수의 재밌는 설명에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강연을 끝까지 경청했다.

안태완 보령제약그룹 차장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었다"며 "따로 개인적인 시간을 내지 않고 회사에서도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정 교수의 강연 주제는 '인간의 지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서'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또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지 정 교수는 다양한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그는 "21세기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닮아가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라며 "인간의 고유한 능력에 집중할 때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정 교수는 "'인문학'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이 못하고 우리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에 집중해야 한다. 인문학이 자연스레 중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잘하지만 새로운 것을 예측하면서 시도하는 것은 인간이 잘하죠. 문제를 푸는 일은 컴퓨터가 잘하지만 문제 자체를 정의(define)하는 것은 우리가 잘해요. 데이터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가치 전복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인간의 능력입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17일 저녁 보령제약 직원을 대상으로 '인간의 지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서'란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인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사진제공=보령제약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17일 저녁 보령제약 직원을 대상으로 '인간의 지성, 인공지능의 시대를 넘어서'란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일환인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사진제공=보령제약

그는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는 인공지능 닮아가고 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고,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어딘가에서 성공했다고 이미 알려진 일을 하려 한다. 정답을 찾고 정량적으로 평가해 한 줄을 세우는데 익숙해져 있다. 이런 조직·교육 시스템으로는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또 "인공지능이 잘하는 일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인공지능이 부족한 것들, 즉 '굉장히 인간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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