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방식이면 실패했을 것, 차별성 살렸다"

김정미 베트올 대표

“남자들이 하는 방식 그대로 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내가 승산이 있고 잘하는 점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다. 후배들한테도 항상 이 점을 이야기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 꿋꿋이 자기 영역을 개척한 여성들이 있다. 23일 머니투데이와 만난 김정미 베트올 대표(사진·52)는 성공의 비결로 남성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남자만의 리그 같은 것이 있어서, 내수보다는 오히려 수출쪽을 공략했다”며 “술과 골프를 안 하니까 교수들에게 컨설팅을 지원하면서 같이 사업을 했는데, 이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2006년 베트올 설립 이후 김 대표는 동물용 진단키트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에 집중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애완동물용 임신진단키트의 경우 전 세계 100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2012년 무역의 날에는 ‘백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인체용 진단키트를 고민했다. 하지만 시장이 레드오션인 상황이어서 방향을 바꿨다.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연구 및 생산 기간이 인체에 비해 짧다는 점에 주목한 것. 김 대표가 강조한 ‘차별성’이 사업 영역에도 적용된 셈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강아지가 식구가 되고, 인간에 즐거움을 주는 시대가 됐다”며 “신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대표의 성공도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여자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출산과 육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10년을 공부했는데, 미국에는 소위 완장문화가 없다”며 “일을 할 때는 여자와 남자 구분이 없고 출산이나 육아에 따른 차별적 시선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일·가정 양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학회를 갔는데, 어떤 남자 교수는 여자인 저에게만 명함을 안 주기도 했다”며 “그게 1998년이었는데, 아직도 보면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 대표는 여성들 스스로가 자기 비판적 측면에서 완벽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아직도 사회 전반에 어지간하면 ‘남성을 뽑아야지’라는 인식이 있어서 스스로가 여직원들에게 더욱 강한 기준을 적용한다”며 “여성들이 일을 잘하고 능력이 있다는 분위기가 당연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오, 제약 등의 신산업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계속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섬세함이 요구되는 바이오 쪽에는 여성들이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문성을 키우려는 노력과 함께 출산, 육아 등에서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갖는다면 분명히 성공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