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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로봇’ 新종족의 출현…인간과 '기묘한 동거' 시작됐다

[감성미래혁명 소프트파워 시대 ②]초고령화·비혼족 증가·가족해체로 ‘감성 로봇’ 관심↑…‘인간관계 단절’ 우려도 커

맛있는 과학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입력 : 2017.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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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감성 혁명’ 소프트 파워 시대가 개막된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봇 등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세계 정부와 기업의 전쟁이 한창이다. 미래 기술 경쟁력에 따라 향후 한 국가의 경제 패러다임이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건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성보다는 얼마나 인간과 사회에 융합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일자리 착취 등 인간과 대적하는 기술이 아닌 인간과 사회와 호흡할 수 있고, 감성적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 우리 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조망해보고 저성장에 빠진 한국경제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본다
#, 2015년 3월 일본 지바현의 어느 유명 사찰, 이곳에서 열린 이색 장례식에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고인은 2006년 단종된 소니의 애완용 로봇 ‘아이보’. 이 로봇은 7년 간 15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니가 부품 부족 문제로 사후서비스(AS)를 중단하자 기존 구매고객들이 합동 장례식 치르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초고령화·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아이보와 같은 ‘감성 로봇’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의료·제조·군·농업 현장에서 정밀한 동작으로 특수 목적을 수행하던 로봇이 최근 들어 인간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감성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감성 로봇은 독거 노인의 고독사, 일을 중시하고 얽매여 살기 싫은 비혼(非婚)족 증가, 이혼 및 가족 갈등으로 인한 가족 해체 등 현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해결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그 수요가 더 커질 전망이다.

일본 하라주쿠 네스카페 매장서 일하는 페퍼/사진=류준영 기자 <br>
일본 하라주쿠 네스카페 매장서 일하는 페퍼/사진=류준영 기자 <br>
◇말로만 듣던 ‘홈 로봇’시대 성큼=
소프트뱅크가 시판하고 있는 감정 인식 로봇 ‘페퍼’는 인간처럼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표정 변화를 관찰, 슬픔·기쁨 등의 감정을 파악하고, 목소리의 높낮이와 떨림 등을 통해 상대방의 근심을 감지한다. 페퍼의 정서적 지능은 이미 유아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퍼는 감성 기술 고도화로 시장 진입 및 성공 가능성을 높인 대표적 사례다. 페퍼는 은행, 커피 전문점, 대형 쇼핑몰 등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맡고 있다. 최근엔 ‘퍼컷’이라는 미용실에도 채용돼 눈길을 끌었다. 총 64개의 헤어 스타일 관련 데이터를 확보한 페퍼는 고객들에게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제안한다. 향후 동작인식 기능만 지원된다면 고객의 머리를 직접 다듬는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제조사 알데바란이 만든 로봇 ‘나오’. 58cm의 작은 키에 사람처럼 모든 관절이 움직이고, 사람 얼굴을 인식하며, 8개 언어를 읽고 말한다. 2006년 처음 개발한 이래 주로 교실용 로봇으로 발전해 왔다. 이 로봇은 학생들에게 수학, 과학, 언어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목소리·얼굴 인식 등이 가능해 학생들이 질문에 곧잘 대답도 잘한다.

감성 로봇 '나오'/사진=알데바란
감성 로봇 '나오'/사진=알데바란

MIT(매사추세츠공과대)가 개발한 가정용 친구 로봇 ‘지보’는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안다. 다양한 비서업무를 실행할 수 있어 차후 ‘가정용 집사’ 역할이 기대된다.

노인을 위한 ‘간호용 로봇’도 등장했다. 강아지처럼 생긴 로봇 ‘미로’는 독거 노인들의 벗이자 간병인 역할을 맡고 있다. 노인 곁을 따라다니며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누가 찾아오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 준다. 외로움을 덜기 위한 가벼운 대화도 나눌 줄 안다. 카메라로 노인의 움직임을 매일 확인하며,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될 경우, 가족 혹은 병원에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지보/사진=MIT
지보/사진=MIT

이준정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미래탐험연구소 대표)는 “감성 로봇 초기에는 아동 교육용이나 애완동물 대체용 친구 역할 등에 머물겠지만, 점차 집사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가정주부가 해오던 많은 일들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코-로봇’, 인간과 함께 살기=‘소이어’는 인간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 리싱크 로보틱스가 최근 개발한 AI 협업 로봇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이른바 ‘코-로봇’(Co-Robot)의 등장은 일자리를 로봇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대신 ‘로봇은 동반자’라는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기존 제조용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안전 펜스 등을 두른 격리된 상태에서 작동된다. 하지만 코-로봇은 각종 충돌 감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작업자를 보호한다. 또 AI를 통한 간단한 작업 지시도 가능해 공장 엔지니어들과 함께 작업장에 투입할 수 있다. 인간과 로봇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장은 생산 효율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협업로봇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약 30억 달러(약 3조 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협업로봇 전문업체 유니버설로봇의 최고기술경영자(CTO) 에스벤 오스터가드는 “협업로봇 판매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지금까지 9년간 단 한 차례의 사고도 일어난 적 없다”며 “로봇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력자”라고 강조했다.

AI 협업 로봇 '소이어'/사진=리싱크 로보틱스
AI 협업 로봇 '소이어'/사진=리싱크 로보틱스

◇‘로봇 가족’ 인간관계 단절 초래?=페퍼는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할 법한 아이 돌봄이 역할도 맡고 있다. 맞벌이 등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자신을 웃게 하고 대화도 나누는 유일한 존재인 로봇이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명한 일이다. 일각에선 미래 가정이 로봇 중심으로 재편되는 데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한다.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여전히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는 이들이 있지만, 정작 로봇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가족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감성 로봇이 사람 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줄여 인간 관계가 단절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술혁신뿐만 아니라 로봇 사회가 가져올 쇼크를 극복할 사회 제도의 변혁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준영
류준영 joon@mt.co.kr twitter 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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