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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팩트]“면책이라더니…” 문체부 결국 ‘좌천’인사?

문체부 전보 인사 국장급 7명, 과장급 24명…정기인사? ‘자기 생존’위한 면피용?

뉴스&팩트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2.05 15:35|조회 : 6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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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바뀌면서 ‘쇄신’을 이유로 대규모 국·과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김종덕-조윤선으로 이어지는 낙하산 인사의 그림자를 없애고 재정비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실현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다. 2일 전보 중심의 인사는 국장급 7명과 과장급 24명이 포함됐다.

그런데 인사가 좀 희한하다. 문체부 최악의 위기를 피하려고 취한 조치치고는 ‘냄새나는’ 흔적이 적지 않다. ‘최선’보다 ‘차악’에 우선 순위를 둔 모양새는 형식적 면피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내부 다지기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송 직무대행은 전직 장관들이 모두 구속되면서 문체부 이미지가 땅에 떨어지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처진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설명하면, 힘없는 과장급 이하 직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위에서 시킨 일’을 무작정 따랐다는 이유로 벌을 줄 수 없다는 논리다. 문체부의 위법, 부당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문체부는 ‘과장급 이하 면책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선 송 직무대행의 말과 문체부의 원칙이 ‘허언’인 양, 대규모 과장급 인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연관이 없는 데도 주무 부서의 과장이라는 이유로 ‘좌천’식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게이트’의 K스포츠 재단, 블랙리스트 등과 직접 연관된 담당 과의 과장들은 업무를 시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번 인사에서 교체됐다. ‘사태에 책임지지 않고 업무에 전념하는 방안’이라는 송 직무대행의 약속과 거리가 있는 조치인 셈이다.

이들은 특히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관련성이 적은 데도, 이 과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산하기관으로 내보내졌다.

문체부의 A 사무관은 “‘최순실 게이트’ 후반부에 들어와 영문도 모른 채 업무를 맡은 과장들이 이 과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죄천’식으로 산하기관에 보내진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설득력없는 대규모 인사가 ‘쇄신’의 도구로 쓰인 모양새라는 점에서 ‘윗선의 면피성 인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책임지지 않으려는 국·실장급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과장급들도 이번 인사에 포함됐다. 당시 문체부 내에서는 일부 과장들이 장·차관의 혐의가 속속 드러난 상황에서 각종 비리의 주무 부서 책임자로 거론된 국·실장들이 어느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자리를 지킨다며 볼멘소리를 냈었다. 그렇게 ‘미운 털’이 박힌 ‘정책’ 과장들은 산하기관에서 이용이나 운영, 관리직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물론 청와대 압력으로 불이익을 받은 과장들이 이번 인사에서 명예를 회복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업무 연속상의 특징이나 기회 보장 같은 가치보다 ‘불명예 과’에 일한 불가피한 흔적이 인사의 우선 고려 대상이 된 듯한 그림은 ‘최선의 인사’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더군다나 예술이나 체육 과에 몸담았던 과장들은 이번 인사로 마치 자신들이 ‘그런 ’문제‘과에 ’문제‘ 과장으로 낙인찍혀 쫓겨난’ 의도하지 않은 주홍글씨를 새기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송수근 직무대행은 ‘블랙리스트’를 총괄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까지 받았다. 본인이 조사까지 받고도 장관 직무대행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낯설고 의아한 형국인데, 그 어두운 민낯을 가리기 위해 약속과 달리 ‘아랫사람’을 내치는 듯한 행위로 쇄신하는 모양새가 합리적일까.

자신의 의도와 달리,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일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윗선’과 ‘권력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면책’을 약속했다면, 가장 불리하고 위태로운 사람부터 구하는 게 순서일지 모른다.

이번 인사는 그래서 ‘윗선의 자기 생존’에 무게를 줬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정기인사로 물갈이는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뉴스&팩트]“면책이라더니…” 문체부 결국 ‘좌천’인사?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2월 5일 (14:3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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