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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트럼프와 미국 보수정권의 대외정책

기고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7.05.12 04:48|조회 : 1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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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트럼프와 미국 보수정권의 대외정책
 한반도 역사에서는 항상 주변 강국들의 대외정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금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 대외정책은 정권에 따라 큰 변화를 겪기도 하지만 역사적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각국 정치 지도자들이 전임자들이 한 일을 새기고 있어서다. 예컨대 중국 지도부는 최고 40만명의 인명손실과 대만 흡수 포기를 대가로 치르면서 한국전쟁에 개입한 선대의 결정이 갖는 의미를 잊지 않고 있다. 우여곡절은 있을 수 있어도 중국이 결코 북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미국의 입장이 중요한데 미국의 경우 보수와 진보가 대외정책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현 트럼프행정부를 이해하려면 미국 역대 보수정권의 대외정책을 잘 살펴보고 트럼프행정부가 그 맥락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파악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이 어렵고 특이한 언행을 구사하며 보수주의자라기보다 실용주의자다. 그러나 역대 보수정권의 대외정책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선거에서 공화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지는 못했으나 어쨌든 공화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더구나 트럼프는 오바마가 128명으로 꾸린 인수위를 단 19명으로 꾸렸다. 주위에 사람이 별로 없다. 싫어도 보수 주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공화당에는 펜스 부통령으로 상징되는 정통 정치인들이 있으며 헤리티지재단 같은 견고한 정책연구기관이 있다. 이들은 전통적 보수주의의 가치와 정책을 현 정부에 공급한다.

 헤일리 유엔대사가 좋은 사례다. 헤일리는 외교분야 경력이 전무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출신이다. 그런데도 전통적 보수정권의 대외정책을 교과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미국의 주권과 행동을 제약하는 국제협약과 국제기구의 역할에 회의적이며 인도적 간섭이나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도 부정적이다. 외국의 인권문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이런 것들은 학습의 결과이거나 보수주의 가치관으로 무장한 주류 전문가집단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19세기에는 이런 정책이 아메리카와 유럽은 서로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립주의로 표현된 바 있고 미국은 1차 대전 전에는 중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보수정권의 대외정책은 국제법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로 연결된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규정짓는 전통적 요인들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미국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전 세계에 전파해야 한다는 안보관이다. 레이건행정부가 이를 상징하며 부시의 ‘신세계질서’도 그 연장이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제국주의를 혐오하지만 보수주의자들 중에는 평화보다 정의를 우선하는 사람이 많고 이 생각이 대외관계와 무력사용 결정에 영향을 미쳐왔다. 미국의 유엔해양법협약 비준도 요원해졌다. 트럼프가 특이할수록 우리에게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역설적이지만 트럼프야말로 미국 보수정부의 대외정책 전통을 가장 충실히 이행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강력한 군사력을 기초로 예외주의에 기반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국익을 지키겠다는 보수정권은 보호주의로 경제와 통상엔 타격을 줄지 몰라도 북핵과 남북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 가능성과 외교 실종 때문에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트럼프 임기 동안 무력충돌 없이 북미간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지도 모르고 우리는 갑자기 통일을 맞을 수 있다. 최근 필자가 만난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중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아시아에 있어 미국의 중요한 외교자산인 한미동맹의 전략적 의미와 가치도 잘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프로세스를 주도하기는 어려워도 개성공단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의로 돌파구를 열거나 균형추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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