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사 읽다 부장님한테 혼나"…2030, 정치에 '푹'

머니투데이

이슈팀 한지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로 거처를 옮기고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관저 앞까지 배웅을 나와 팔짱을 끼며 다정한 부부애를 과시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찍는 시민들.

# '꽃보다 청와대' '얼굴 패권정부'. 대학생 A씨는 매일 밤 대통령과 내각 인사들에 관련된 커뮤니티 게시물들을 찾아 읽고 잠이 든다. 대통령의 외모와 슈트핏(옷태)을 칭찬하는 글부터 커피 취향까지 속속들이 파악해 따라하고 싶다는 등 마치 연예인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이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을 연상케 하는 게시물들이다. A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대선 이후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며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뿐 아니라 이번에 임명된 수석과 비서관들이 신선해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30대 직장인 B씨는 퇴근 후 '셀프 인사 청문회'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탄핵 정국을 거쳐 보궐선거 끝에 새 정부가 탄생한 후 정치에 무관심하면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B씨는 "매일 발표되는 내각 인사 기사를 찾아 꼼꼼히 읽고 (그 인사에 대해) 알아본다"며 "과거엔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이나 사이클을 하며 드라마를 즐겨봤지만 이제는 운동기구 앞 모니터가 언제나 뉴스채널로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정치 뉴스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새 정부와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가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표출되며 뉴스 트래픽도 따라 오른 것. 특히 과거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던 2030세대가 문정부 내각 인사들의 외모와 사적인 행동 등을 다룬 가십 기사부터 새 정부의 정책과 미래를 점치는 분석 기사까지 적극적으로 찾아 읽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정치기사에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뉴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매일 아침 또 어떤 뉴스가 올라왔을지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 "일해야 하는데 기사가 너무 재밌어 계속 찾아보다가 부장님한테 혼났다" "기사를 읽으며 이렇게 흐뭇한 기분은 오랜만이다" 등이 문정부 관련 기사들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매일 밤 문 대통령의 하루 일과와 관련된 기사를 빠짐없이 찾아보고 잠든다는 A씨는 "지난해 말부터 3월까지 지루했던 탄핵정국 때는 뉴스가 꼴도 보기 싫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로 매일같이 뉴스를 찾아보고 친구나 직장동료들을 만나면 정치 얘기부터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은 같다. 19대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직장인 C씨는 "지지자가 아니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매일같이 정치 기사들을 찾아본다"며 "어찌됐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으니 구태 정치가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정권 초기 반짝 관심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사와 공약 이행 여부를 꾸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관저로 거처를 옮기고 첫 출근을 하고 있다. 김정숙 여사가 관저 앞까지 배웅을 나와 팔짱을 끼며 다정한 부부애를 과시했다./사진=뉴시스

국민들의 높은 정치적 관심은 긍정적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새 정부의 인기는 정권 초기마다 반복된 것으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비교정치학과 교수는 "가십성 소재라 할지라도 많은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자칫 이미지 정치로 그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 권력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날카로운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국정 동력을 임기 내내 유지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