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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권력자 준법은 정의 출발점

MT시평 머니투데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입력 : 2017.06.07 04:29|조회 : 7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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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권력자 준법은 정의 출발점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적폐 청산’이다. 말 그대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없애자는 것이다.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첫 번째 기대도 지위와 권력을 남용하는 우리 사회의 폐단을 바로잡아 공동체로서 본질을 회복해 달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불의를 극복해서 정의를 회복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바로 앞의 정부가 보인 권위적이고 위법적인 행태를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에 대한 우리의 열망은 상당히 오래 묵은 사안이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정의는 오랫동안 바라는 만큼 충족되지 못한 요구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는 세계에서 견줄 대상이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큰 발전을 이룩해왔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십몇 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 속에서 정의는 배제되거나, 아니면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원래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우리는 이기적인 욕구를 희생하면서까지 협동과 정의를 추구하려는 강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연구가 입증했듯이 십수 개월 된 어린아이들도 불쌍한 표정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쿠키를 기꺼이 내준다. 성인들도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불공정한 분배를 제지함으로써 정의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처럼 우리는 정의에 대한 강한 욕구를 거의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욕구의 충족이 물질적인 욕구의 충족만큼이나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데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정의에 대한 개인적 욕구의 충족은 그가 속한 사회가 정의로울 때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을 초법적으로 남용하거나 특혜를 누릴 수 없어야 한다. 대신 모든 구성원이 공정한 법의 범주 안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을 때 정의는 실현되는 것이다.

이처럼 높은 지위와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의 준법이 정의의 핵심인 상황에서 그러한 사람들이 위법과 탈법을 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 가령 고위공직에 지명된 후보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훈장처럼 한두 개 법을 위반한 사례를 달고 다닌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그 사람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서다. 이런 경우 마땅히 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를 허술한 법 자체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방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때 법이 이러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법을 위반하게 된다. 법을 따르는 것보다 따르지 않는 것이 더 맞고 옳기 때문이다.

가령 청문회에서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가 이 법이 만들어진 이래로 계속 불거진다면 이것을 후보자들만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 이에 관한 법이 현실의 합리성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러한 법의 대표 사례가 소위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어떤 행위가 이 법에 저촉되는지는 미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허술한 법부터 만들어놓다 보니 이러저러한 행위가 위법한지를 관계기관에 문의하면 그들은 당장은 알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지금 당장 어떤 행위를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마당에 당장은 알 수 없다니 이런 괴이한 답변이 또 있을까.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특히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법을 지켜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그 법이 현실의 타당성을 담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지금껏 적지 않은 법을 허술하게 만든 국회의원들도 청문회장에서 호통만 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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